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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2. 캄보디아(시엠립 공항)

 

 

시앰립 공항

직항로가 없는 캄보디아!

한국보다는 북한을 더 좋아하는 나라!

6시간여를 걸려 시엠립 공항 상공에 다다르자 기수를 낮추며

속 날개를 뺀다.

순간 혹시라도 잘못되면 어찌될까하는 방정맞은 생각에 눈을 감고

성호를 그었다.


옆자리의 사내가 등을 돌리고 부스럭거리며 뭔가를 신문지에 싸고 있다.

‘벌써 내릴 준비를 하는가? 서두른다고 빨리 내릴 수 있나 원 쯧쯧..’

흘깃 어깨 너머로 훔쳐보니 담요를 싸고 있다.

아까 기내식을 먹고 나서 와인 잔을 챙겨 넣을 때만 해도 애교로

봐 줄 수 있었는데 담요를 훔치는 모습을 보니 왠지 내가 부끄러워진다.


“어이! 기계 받침(화투치기위한 담요를 말함) 담게 큰 가방 있어?”

멋쩍었던지 일행의 한사람을 불러 가방을 가져오라한다.

화투 못치고 죽은 귀신이 있나?

담요가 욕심난 걸 감추기 위해 트릭을 쓴 모습을 보니 잊혀져가는

‘어글리코리언’이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맘에 내키지 않는 여행을 하다보니 별것이 다 눈에 거슬린다.

불의를 보고도 ‘침묵하는 다수’에 속하는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창밖에는 어느 덧 용마루 끝이 뾰족하게 솟은 공항 청사가

우리를 맞는다. 트랩을 내려와 입국장에 들어서자 시골 간이역

대합실처럼 허름한 입국장이 후끈하게 열기를 풍기며 나에게

웃옷을 벗으라한다.

불과 5시간 전만해도 영하 10도의 추위로 오들오들 떨었는데

27-8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운 여름으로 돌아오다니 가이야1)

제 멋 대로다.


입국장에서는 급행료를 받아 챙긴 근무자가 우리를 옆길로 빼준다.

맞아 우리도 그런 시절이 있었어. 소위 끝발이라는 것이 통하던 시절이...

입국장 밖에는 관광객을 픽업 할 낡은 셔틀버스들이 똥구녘에서

매케한 냉갈을 풍기며 갈갈대고 서있고 볼품없는 화단이 단번에 나를

실망시키고 만다.

 =계속=


1) 가이야 : Gaea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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