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며
짐승들도 여행을 할까?
사람의 몸을 가만히 보면 눈.코.입들이 각각 독특한 취미를 갖고 있다.
입, 코, 아랫도리는 본능적인 욕구를 채우는데 급급한 반면 귀와 눈은
보다 고상한 욕구를 요구한다.
눈은 여행을 통해 그리고 귀는 음악을 통해 정신적인 허기를
채우려하기 때문이다.
여행이 좋기는 하지만 솔직히 해외여행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국내여행은 제쳐두고 비싼 외화를 흘려가며 외국으로 쏘다니는 것이
너무 사치스럽다는 생각 때문이다.
결혼 29주년을 핑계대고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여행을 떠난다고 하니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썩
내키지가 않는다.
게다가 맛없는 국이 오살 맞게 뜨겁기만 하다더니 여행을 앞두고
덜컥 감기에 걸리고 말았으니 초장부터 잡치고 말았다.
보딩패스를 받아들고 면세구역으로 들어서자 백발의 노부부가 의자에
앉아 금방 산 듯한 화장품을 요리저리 들여다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어쩌면 아들 내외가 쥐어준 용돈이 고마워 보답을 하기 위한
선물인지도 모른다.
황혼을 맞는 노부부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클로즈업
되어 뇌리에 박혔다.
고개를 돌리니 계류장에는 사자의 공격을 받은 누우가 발랑 뒤집어져
촉을 못 쓰듯 우리를 태울 비행기가 트랩에 순순히 목을 내밀고 있다.
어찌 보면 물이 말라가는 웅덩이에 붕어 한 마리가 거머리에게
몸을 내맡기고 자신의 피를 헌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내가 가는 곳은 캄보디아인지 크메르인지 조차 헷갈리는 미지의 나라다.
300만명의 동족을 학살한 킬링필드와 공산주의 국가라는 이미지가
전부다. 온통 한국인 관광객을 가득 실은 대만 원더항공(遠東)
비행기가 남쪽으로 날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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