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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4. 캄보디아(인연)

 

“어~어~? ”

아침을 마치고 로비에 내려온 나는 뜻밖에도 20여년 전에 인연을 맺은

지인을 만났다.

“김사장님! 왠일이요?”

그와 얘기를 나누고 있던 가이드도 신기한 듯 우리를 번갈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이웃 베트남에 출장 온 그는 이참에 이곳 문화체험을 하고 돌아갈

참이란다.

만약 그와 내가 악연이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정말 죄짓고는 못살 것이요 이잉~”

우리는 껄껄 웃으며 버스에 올랐다.

서둘러 승차한 아낙들이 벌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0명이 한 팀이 된 우리는 이제부터 4일간 함께 지낼 것이다.

그런데 남자는 꼬마 애를 포함하여 4사람이니 나는 꽃 속에 나비인가?

피식 웃으며 창밖으로 눈을 돌리자 버스가 갈갈대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앙코르왓’ 유적지 관광은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천주교 신자인 내가 성지순례도 제대로 못하면서 불교사원을

찾아오다니....

이번 여행을 탐탁치않게 생각해온 나는 신앙심이 깊지도 않으면서

별것도 아닌 것에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유적지 보수로 인해 향후 10년 동안 관광이 중단 될 거라는

있지도 않은 소문에 부하뇌동한 자신이 부끄럽다.

더구나 느닷없이 싱글인 지인을 만나고 보니 그것 또한 신경이 쓰인다.

 

매표소 정문에 이르자 우리나라의 ‘자유이용권’에 해당하는 입장권을

발급받기 위해 사진을 찍으란다.

‘거 참! 이상한 나라도 다 있다!’

알고 보니 새어나가는 입장료를 막기 위해 신분증처럼 입장권을

발급하는 거란다.

디지털 카메라로 즉석에서 발급해주는 IT의 위력을 보니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는 것이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목걸이 줄은 재활용할 거라며 반드시 반납해 달라는 가이드의 말에

가난한 이 나라의 한 단면이 엿보인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지금은 생산이 중단 된 한국산 아시아 자동차란다.

우리가 새마을 운동하며 잘살아보자고 허리띠를 졸라맬 때

이들은 무엇을 했는가?

차창 밖으로 울창한 야자수와 바나나 나무가 스쳐 지나간다.

사이사이로 전통가옥들이 늘어서 있고 길가 화덕에서는 아낙들이 허리를

구부리고 무언가를 요리하고 있다.

담장은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와 그들만의 법칙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밤에 부부생활을 하면 삐그덕 삐그덕 소리가 날 텐데

그것이 궁금하다.

왜 하필 느닷없이 부부생활이 떠오를까?


문맹률이 90%가 넘는 나라!

문맹률이 높다보니 시내의 간판들은 대부분 그림으로 표현한단다.

치과는 이빨을 그려 놓고 이발소는 말쑥한 뒤통수를 내민 얼굴을

그려 놓고....

내가 이곳에서 장사를 한다면 문방구 장사는 하지 않을 것이다.


차창 밖 추수가 끝난 누릿한 논에서 연을 날리느라 달리고 있는

개구쟁이 뒤로 힘없는 연이 따라가다 말고 어깨를 좌우로 흔들더니

땅에 주저앉는다.

바람이 그리운 소년들은 들판에 바람을 만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왕 왔으니 기분 좋게 해’

아내의 말을 듣고 생각을 바꾸고자 노력하던 차에 자연의 아름다움

앞에서 소년처럼 떼를 쓰던 생각이 차츰 걷히기 시작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