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왓!
이번 여행의 최대 백미이기도 한 앙코르왓도
역시 사면이 해자로 둘러 쌓여있었다.
1만 명이 37년에 거쳐 지었다는 사원은 3층이었고
1층은 지옥을 그리고 2층은 인간계를 마지막 3층은 천상을 의미한단다.
3층인 천상계로 올라가는 계단은 족히 80도는 될성불렀다.
천상계에 올라가 영원히 내려오지 않으면 나도 신선이 될까?
힌두교에서는 동쪽은 탄생을 의미하고 서쪽은 죽음을 의미한단다.
그래서인지 사원의 문도 서쪽은 모두 막혀있고 동쪽은 터져있었다.
문득 란(蘭)이라는 한자와 동쪽을 어거지로 맞춰보니 일맥상통한
것 같기도 하다.
蘭이라는 한자를 자세히 뜯어보면 동쪽과 문이라는 글자가 풀과
합성되어 있으니 란은 동쪽 창문에 놓으면 잘 자란단다.
그러고 보니 중국에서도 동쪽은 생명을 의미한지도 모른다.
2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가파른 계단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나는 천상계인 이곳에서 버리는 법을 배웠는가?
왜 사람들은 인간계로 내려가기 위해 가파른 계단 앞에 줄을 서 있는가?
어차피 죽으면 저승으로 갈 것이고 천상으로 가라는 보장도 없을 텐데
왜 서두르는가?
정말 나도 이대로 머물러 사바세계를 영영 떠나 혼자이고 싶다.
아니다 나도 내려가야 한다.
아직 나는 인간계에 가서 할일이 많이 남아있다.
내 자식들 결혼도 시켜야 하고 회사에 밀린 일도 남았고 아직 출간을
못한 '춘식아 놀자‘도 기다리고 있다.
1층으로 내려와 거대한 앙코르 왓을 다시 바라보니 정말 산을 옮겨
놓은 것만 같다.
그런데 지난 천년동안 천둥번개 한번 없이 어떻게 버텨 왔을까?
이곳이 신들이 사는 곳이라 천둥번개도 비켜 가는 것일까?
사실 과학적으로 이곳은 태풍이 없는 곳으로 천혜의 살기 좋은 땅이란다.
그러다보니 그렇게 거대한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서쪽 문을 나서 일몰을 보기위해 서쪽에 있는 또룸비켄으로
향했다.
서문을 나선다는 것은 서쪽으로 가는 것이니 죽음으로
가는 길이 아닌가?
일몰, 그것 또한 인생의 허무이고 죽음인데 왜 굳이 일몰을 보려하는가?
어쩌면 미리 인생무상을 느끼고 준비하라는 진리를 터득하게
하는 것일까?
뒤돌아 가면 동쪽으로 가는 것이니 탄생일진데 그래 돌아갈까? 훗훗..
오늘도 일몰은 우리를 피해갔다.
그것은 우리에게 허무와 죽음을 일부러 보여주기 싫은 붓다의
배려인지도 모르겠다.
저녁은 북한에서 직접 운영하는 평양냉면을 먹으러 갔다.
근무복에 명찰을 단 처녀들의 하얀 얼굴이 동족임을 느끼게 한다.
잘 살고 못사는 차이가 무엇이며 우리는 왜 이렇게 만나야 하는가?
거드름 피우지 말고 겸손해지자.
앵콜송으로 아리랑을 함께 부르며 무대에서 어우러지니 목구멍에서
뜨거운 불덩이가 올라오고 콧등이 시큰해진다.
평양 소주 한잔 걸치고 전통 발 맛사지 집에 들렀다.
남자라고 해봐야 초등학교 6학년생인 임마누엘을 포함해
4사람이 전부다.
어디가 앞인지 알 수 없는 가운을 입고 앉아 있으니
임마누엘이 팬티를 벗지 않고 녀석의 키보다 큰 바지를 걸치고 있다.
“빤쓰 벗는거야!”
“진짜요?”
장난쯤으로 알고 빤히 쳐다보던 녀석이 내 얼굴을 읽어보더니
이내 팬티를 벗는다.
사실 나도 팬티를 입는 것인지 벗는 것인지 모르지만 벗어야 할
것만 같았다.
나와 함께한 7순이 가까운 안젤모 형제님이 뒤 늦게 들어와
역시 팬티를 입은 채 가운을 걸치기 시작한다.
“팬티 벗는 거예요!”
임마누엘이 맹랑하게 할아버지께 한마디 거든다.
난 쿡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빤쓰를 벗어?”
안젤모 형제께서 아연해 하는 눈초리로 임마누엘을 쳐다보며 되묻는다.
“아~ 그으래?”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시던 형제께서 팬티를 벗기 시작한다.
맛사지가 시작되자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가렵기도 하지만 임마누엘의 말에 팬티를 벗던 형제님의 모습 때문이다.
남국의 저녁이 웃음 속에서 2시간 동안 말없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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