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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7. 캄보디아(어머니 사랑)

 

 

앙코르 톰으로 향했다.

‘앙코르‘라는 말은 ’크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고 ‘톰’은 도시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니 큰 도시를 뜻한단다.

앙코르톰 역시 해자로 둘러싸여 있고 해자를 건너기 위한 다리

난간에는 사자상들이 양쪽에 도열해 있었다.

다리 건너편에는 거대하고 신비스런 사면상1)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성문을 열고 창과 방패를 든 병졸들이 우르르

몰려나올 것만 같다.

자야바르만 7세의 얼굴이 조각된 사면상은 인드라 신보다 위에 있었다.

앙코르톰 근처에 있는 툰레샵호수 전투에서 승리한 자야바르만

왕의 통치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그런데 이러한 거대한 유적지가 기록이 없어 얼마나 많은 인력이

투입되었는지 어떻게 건축했는지 불가사의가 아닐 수 없다.


피멜 아나카스 사원을 거쳐 레퍼왕 테라스로 향했다.

피멜아나카스 사원 문지방에는 칼라신의 신화가 조각되어있었다.

내용인즉 그가 어느 날 시바신을 찾아가 모든 것은 다 먹어보았는데

아직 神들만은 못 먹어보았으니 먹게 해달라며 소원을 얘기했단다.

“제게 신을 먹을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엉 그래? 그럼 네 몸을 먼저 먹어보고 오너라.

그럼 신들을 먹는 힘도 주리라”

칼라신은 좋아서 되돌아가 자기 몸을 먹기 시작했단다.

자신의 몸을 먹어치운 그가 자신의 얼굴은 먹을 수없어

얼굴만 남은 채 돌아오자 시바신은

“너는 무엇이냐? 자신을 먹어 보았지? 네 자신이 신이므로

너는 신을 먹어본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잡귀만을 잡아먹어라”

라고 말했단다.

신화에서도 역시 욕심을 버리라며 끊임없이 교훈을 남긴다.


문둥왕 테라스로 다가가니 승려 옷을 걸쳐놓은 조각상이 눈에 들어온다.

문둥이 왕이라고도 하는 레퍼왕 조각상은오른손가락이 없어

그리 불린단다.

내용인 즉 문둥병 걸린 신하의 침이 튀겨 그리 됐다고 하기도 하고

그가 신이라는 설도 있다한다.

성기가 없는 중성은 곧 신을 의미하는 바 ‘라마신’일 거라며

가이드가 옷을 들춘다.

역시 아랫도리에는 성기가 없는 밋밋한 모습이었다.

라마신은 재판을 내리는 사법신의 반열로 염라대왕과 같은

역할을 하는 신이란다. 


수많은 유적지가 지천에 깔려있다 보니 이제는 긴가민가할

만큼 이것이 그 것 같고 그것이 이 것 같기도 하다.

온통 나무뿌리가 뱀처럼 휘감고 있는 타푸롬 사원으로 향했다.

타푸롬 사원은 어머니를 그리는 자식의 효심이 물씬 베어있는

사원이란다.

어제 본 롤레이 사원이 아버지에 대한 효심에서 지어진 사원인데

반해 어머니에 대한 효심 또한 지극했던 당시의 사람들을 떠올려보며

효가 땅에 떨어져가는 요즈음의 우리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탈무드에서 나타난 어머니의 사랑은 가히 없다.

사랑에 빠진 남자에게 사랑의 증표로 어머니의 심장을 요구하는 여인!

남자는 어머니의 심장을 꺼내 유리병에 담아오다가 그만 돌에 걸려

넘어져 유리병을 깨고 만다.

그때 심장에서 가느다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단다.

“애야! 다친 데는 없니?”

사랑에 눈이 멀어 부모도 내팽개치는 우리 속물들에게 자야바르만

왕이 호통을 친다.

‘죽어도 어머니는 어머니이니라’

자야바르만 왕이 어머니가 보고 싶을 때 울면서 어머니를 불렀다는

통곡의 방에 서서 가슴을 두드리니 둥둥 공진이 되어 북소리처럼

울려 퍼진다.

1800년대 프랑스인 앙리에 의해 발견될 당시에는 수많은 보석들로

치장이 되었다고 하니 앙코르제국이 얼마나 융성했는지를 알 수

있는 잣대이기도 하다.  =계속=


1) 사면상 : 4개의 면에 얼굴이 조각된 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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