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이 지났다.
OMR 마킹을 하려고 답안지를 집어 들었다.
그 때 뒷 편 누군가의 가방에서 휴대폰 벨소리가 울린다.
감독관이 다가가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이정도면 합격할 수 있겠어’
답안을 작성하고 있는데 누군가 답안지를 잡아당긴다.
영문을 몰라 두꺼비 눈 꿈벅거리 듯 바라보았다.
아차!
아까 그게 내 휴대폰이었구나.
“6개월동안 공부했는데 봐 주세요”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답안지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붙잡았다.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본부에서 남자 감독관이 달려와 부정행위라며 눈을 부라린다.
부정행위!
“뭐가 부정행위야?”
목에 힘을 꾹 주고 낮은 소리로 내 뱉었다.
답안지를 북 찢고 본부로 따라 나섰다.
부정행위 인정하라며 서명을 하란다.
“뭐가 부정행위야? 사인 못해!”
소리를 꽥 지르며 운동장으로 나와 화를 삭히다가 다시 시험본부로 향했다.
아들뻘 되는 그들이 무슨 죄가 있을까?
부정행위 인정 용지에 서명을 하고 돌아나왔다.
자격증 그깐 게 뭐간디?
하필 오늘 아침에 사촌이 하늘나라로 갔다.
혹시 몰라 휴대폰 전원을 끄지 않고 진동으로 맞춘다는 게 화근이었다.
알고 보니 와이파이를 꺼 놓는 실수를 하고 만 것이다.
이 자격시험은 넉 달 전에도 잘못 접수해서 시험을 못 본 적이 있다.
이번에 재 응시를 했는데 결국 부정행위자로 쫓겨나고 만 것이다.
부정행위자는 향후 2년 동안 동일 기관에서 시험을 응시할 수 없다는 거…..
억울하기 그지없다.
‘그래. 이제 쉬라는 뜻이야. 칠순이 넘은 나이에 자격증 그깟 것 어디 쓸려고 그래?’
아내의 말마따나 애써 위안을 삼으려 하지만 공부했던 것이 아깝다.
또다시 시험접수를 했다.
세 번째다.
만약 접수가 거절된다면 행정소송을 걸리라.
아내는 그거 따서 어디 쓸 거냐며 잔소리다.
시험장에 도착해 이번에는 확실하게 휴대폰 전원을 껐다.
문제지를 받아보니 모의고사 문제집과는 전혀 딴판이다.
이건 대학교 통계학과 중간고사 시험문제 수준이다.
IT전공자인 내게는 난이도가 꽤 높았다.
나와는 연이 맞지 않는 자격증…
합격자 발표일.
혹시나 긴가민가 확인해보니 내 것이 되어있었다.
“그 자격증 따서 어디에 써? 이제 쉴 때도 되었잖아?”
“아냐. 치매 안 걸릴려고 공부하는 거야”
김형석 교수는 ‘100세일기’도 펴내고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78세인데 칠순이 별건가?
(21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