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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행복이란?

 

 

 

메이데이(근로자의 날)를 맞아 관악산에 올랐다.

여린 잎들이 춤추는 산길에는 벌써 봄이 자리물림을 준비하고 있었다.

진달래가 끝물이고 철쭉이 피기 시작하니 금새 여름으로 내달을 것이다.

관악산이라면 남들이 모르는 소로까지 손금 보듯 훤하다.

그건 아파트가 관악산자락에 있기 때문이지만 그 보다 더 사람이 다니지 않는 소로를

즐겨하기 때문이다.

 

낙성대역에서 인헌 들머리고개를 거처 올라가면 8부 능선에 상봉약수터가 있다.

약수터에는 철봉과 평행봉 등 간단한 운동기구가 놓여있고 약수가 쫄쫄 흘러나온다

그곳에서 한 숨 돌리고 능선으로 오르거나 치맛자락 감고 돌 듯 돌아내려오곤 한다.

아내와 나는 상봉 약수터 못 미쳐 우측 소로를 기웃거리며 돌아들었다.

그 동안 그 길을 보기만 했지 가본 적이 없었다.

여인들이 남자들의 눈을 피해 소피 보는 막다른 길정도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곳으로 돌아들자 암벽이 나오고 문화재 안내판이 서있었다.

 아니 이곳에 미륵불좌상이 숨어있다니!’

마애미륵불좌상의 가슴 아랫부분은 약한 돋을새김인 반면 윗부분은 꽤 강하게 새겨져 있다.

미륵불 좌측에는 崇禎三年庚午四月日 彌勒尊佛(숭정삼년경오사월일 미륵존불)이라는 글씨가

세월의 풍파에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희미하게 새겨져 있다.

안내판을 보니 인조 8년인 1630년에 새겼단다.

미륵불좌상은 얼굴을 우측으로 약간 틀고 있고 볼이 도드람하게 살이 찐 모습이다.

머리 뒤에는 2개의 원을 그려 빛을 발하는 부처님으로 형상화했다.

 

1630년이면 임진왜란이 끝나고 인조반정으로 정권을 장악한 인조가 청나라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병자호란이 나기 전이다.

400여년 전 석공들이 또닥또닥 망치질을 했을 이 자리에 앉아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아득한 조선시대를 떠올려 보았다.

역사가 무엇이고 사는 것이 무엇인지 무념 무상의 경지로 나를 이끌고 가는 듯하다.

모르긴 몰라도 앞에 있는 소나무도 그때는 아마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멀리 삼성산에서는 호랑이들이 한달음에 뛰어 달리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우리 행복해?”

막걸리 잔을 기울이다 말고 느닷없는 질문을 던지자 아내는 빤히 쳐다본다.

같이 살아오면서 일상의 얘기가 아닌 뜬금없는 질문은 처음이라

순간 멍 때린 느낌을 받은 모양이다.

불행한 것은 아니잖아?

아내는 핵심을 비껴 얼버무린다.

산길을 도는 내내 나는 행복한지 어떤지를 놓고 수없이 자문자답을 해보았다.

 

딱히 행복하다고 단정지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불행한 것도 아니고….

다만 산길을 걷는 이순간, 5월 첫날의 따사로운 햇볕 아래 땀을 흘리는 이순간만은

마음이 평온하고 기분이 더없이 좋으니 행복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며칠 전 꾸뻬씨의 행복여행이라는 책을 읽었다.

행복을 찾아 여행을 떠난 꾸뻬는 가난한 사람, 허황을 꿈꾸지 않는 사람을 통해 행복을 발견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 보다는 자신과 비교하기를, 미래보다는 현재가 중요함을 일깨운다.

행복은 자신의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다만 가정에 우환이 없고 건강만하다면……

 

20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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