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는다는 목표가 있어 삶이 풍요롭다.
느닷없이 분량도 장난 아니게 많은(상하 1,200쪽) ‘안나카레니나’를 추켜 들었다.
‘안나카레니나’는 1870년대 러시아 귀족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톨스토이의 명작이다.
러시아나 유럽은 공작, 후작, 백작, 주작, 남작과 같이 5단계 귀족계급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나라의 반상 계급과 유사하게 하인들이 귀족에게 굽신거리는 사회구조다.
1870년대는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고종이 즉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조선 말기로
지주와 소작인 간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팽팽하여 금방이라도 분출하기 직전이었다.
결국 그로부터 20년 후에는 동학혁명이 일어났다.
반면 러시아는 농노제가 폐지되었지만 여전히 귀족계급은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주인공 안나카레니나는 20년이나 연상인 정치가와 평온한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행길에 러시아의 구 수도인 페테르스부르크 역에서 브론스키라는 백작과 눈이 맞아
불륜의 길을 걷게 된다.
사랑에 눈이 멀어 자식도 팽개치고 연인의 품속에 빠지는 것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
안나는 사랑을 얻는 대신 사회적인 외톨이가 되고 지나친 의부증에 시달리며
결국 복수를 위해 자신을 버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자살이라는 낭만적 테러리즘을 통해 연인이 뒤늦게 후회하는 것을 즐기겠다는……
하지만 내가 죽고 없는데 상대가 후회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가?
복수의 궁극적인 목적은 상대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사한 소설로 정비석의 ‘자유부인’을 들 수 있다.
물론 시대적 배경이 안나카레니나보다 80년이 지난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자유부인의 주인공인 오선영 또한 안나와 대비되는 인물이다.
교수 부인이면서 부러울 것이 없던 오선영은 남편의 제자와 눈이 맞아 춤바람에 빠진다.
안나는 기차 역에서 연인을 만났고 기차역에 몸을 던져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오선영은 가정의 품으로 돌아가므로 인해 독자의 너그러운 용서를 받는다.
항상 책을 읽고 나면 갈증을 느끼곤 한다.
전철에서 자투리 시간을 요긴하게 활용했다는 뿌듯함 외에 보이지 않는 갈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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