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그런 생각이 어찌 나 혼자뿐이겠는가?
8월 하순으로 접어드는 이렇게 무더운 날, 정자나무 아래 동각에서 장기 한 수 두다가
머리 아프면 한숨 자고 더우면 미숫가루 한 대접 마시며 살면 좀 좋을까?
가끔 어머니와 전화를 하다 보면
“아가! 지금 어디냐?”
“엉! 회사!”
그 때서야 당신은 맘이 놓이신단다.
팔순을 넘긴 당신이 이곳 저곳 길을 가다 보면 내 또래도 못 된 젊은(?)사람이
정자나무 아래서 장기를 두고 하릴없이 미적미적 고샅 길을 왔다갔다한단다.
사실 사는 것이 별거냐고 말은 하지만 어느 한 순간 힘들고 지칠 때가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평생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직장을 다니고 한 때는 호령도 하고 그러다 저러다 정년을 맞아
떠나는 배를 타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험한 파도 속으로 들어왔다.
평생을 몸담았던 직장에서 떠나는 배에 올라 닻을 내리고 보니 쉰다는 것은
사치일 뿐이고 그것은 백수라는 이름으로 바보 취급 받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이리도 못하고 저리도 못하고 결국 인생 이모작에 편승하고 보니 적응하는 것이 녹록치 않다.
공직에서는 내가 편하자고 후배들에게 있는 기술, 없는 지식, 보따리로 쌓아주며 후배들을
길러왔는데 격랑 속의 현실은 혹시라도 알고 있는 지식 빼앗길까 봐 꽁꽁 동여맨다
개방, 공유, 소통!
왜 IT분야에서는 불통일까?
관록과 경험 만으로 꼬박꼬박 통장에 듬뿍 듬뿍 월급을 넣어 주던 공직과는 딴 판이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것 저것 물불 안 가리고 부딪혀보니 격랑 속에 요리저리
부대끼는 나뭇잎 배처럼 힘들기는 하여도 이제는 뭔가 길이 보이는가도 싶었다.
하지만 한 때는 가슴이 뜨거울 만큼 열정이 끓었는데 어느 날 그 열정이 싸늘히 식어갔다.
‘아! 이달도 급여 통장에 입금이 되었구나!’
시간을 기다리는 삶과 시간이 어찌 가는지 바삐 사는 삶은 천양지차다.
마치 막노동판에 일감을 찾아 다니는 하이칼러 막노동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얼마 전 열정이 식어버린 나는 금방이라도 곧 보따리 싸 들고 떠날 사람처럼 마음이 허해졌다.
내일이라도 그만두면 속박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훠이 훠이 배낭 하나 매고 산천을 떠돌아
돈 떨어지면 주인 없는 농막에서 잠자고 그러다 저러다 배고프면 물배를 채우고
혹여 운 좋으면 밥 한 끼 얻어먹고 살면 될 것을…..
아무리 벅찬 일이라도 시간이 되면 모든 것은 어떤 방법, 어떤 수단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해결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다.
하지만 막상 내게 주어진 미션이 버거울 때는 막막하고 포기하고 싶은 때가 없지 않다.
어차피 현실을 피할 수 있는 용기가 없을 바에는 부딪히는 수 밖에 없다.
내 능력에 넘치는 일이 주어졌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모 아니면 도인 것을!
나는 누구이며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내 이 나이에 무엇 더 욕심을 부리는가?
오만 잡생각을 하다 보니 정말 사는 것이 재미가 없다.
지난 주일 미사에서 순명이라는 단어를 곰곰히 생각해봤다.
순명!
어차피 내가 박차고 나가지 못할 바에는 긍정적인 사고로 전환할 수 밖에……
거친 파도가 외돌개 바위를 휘몰아 칠 때마다 순명하지 않으면 어쩌란 말인가?
나이가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열정이 식어가는 것을 두려워하라
2012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