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내린비
벚꽃이 나비되고
초경한 진달래
수줍어 얼굴 붉힌다.
물기 머금은 햇순이
살포시 웃는 아침
고무줄놀이 소녀의
팔랑대던 머리 결!
첫사랑에 볼 붉히던
소년은 간곳이 없다.
봄이 오면 온통 하얗게 벚꽃이 한바탕 잔치를 벌인다.
유년기의 초등학교 운동장에 하얗게 벚꽃이 피던 날!
낯선 애들의 틈바구니에서 장에 팔려나온 촌닭처럼 겁에 질려 있던 나는
느닷없이 불어대는 사이렌소리에 으앙 울고 말았다.
왼쪽 가슴에 매단 코 수건으로 흘러내린 콧물을 훔쳐주시던 아버지가
덜 떨어진 내 모습을 보고 심상해하는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그 넓디넓은 운동장이 손바닥만하게 보이기 시작하던 청년이
작아진 운동장을 보며 긴가 민가 눈을 의심하던 때가 언제던가?
고무줄 놀이하던 소녀의 팔랑거리는 단발머리를 훔쳐보며
혼자 가슴 졸이던 그 소년은 어디로 갔는가?
동화 속의 피터팬처럼 영원히 소년으로 남을 수만 있다면......
덧없는 세월 뒤편으로 그것마저도 머나먼 추억의 한 자락이 되고 만다.
이제 벚꽃이 지고 조팝나무 꽃이 하얗게 너울거린다.
어느새 라일락 향기 다가와 그 소녀처럼 팔랑거리건만
그때의 소년은 간곳이 없다.
10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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