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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이야기들

어머니! 언제쯤 그 맘을 알까?

임자!

쌍무지개 떴어!

어디라우?

쩌어그 튤립 꽃밭에.

 

 

튤립이 한창인 임자도로 향했다.

임자도는 어느새 육지가 되어있었다.

튤립은 땅 따먹기 하던 그 땅처럼 무지개가 되었다.

 

튤립은 혼기가 찬 처녀가 세 사람의 청혼을 확약하지 못하고 죽은 뒤

꽃으로 환생했단다.

황태자의 청혼을 상징하는 왕관 같은 꽃, 칼을 찬 기사의 청혼을 상징하는 보검 같은 이파리,

돈 많은 상인을 상징하는 황금 같은 뿌리.

 

절뚝거리는 어머니와 입구에서 거닐다가 이내 아무데나 걸터앉았다.

소곤소곤 걸으면 한시간 남짓이란다.

 

시간 반 거리를 되돌아 오는 길에 연신 하품이 나온다.

하지만 어머니는 초롱초롱 하다.

졸음을 깨우느라 말을 거는 구순이 넘은 어머니.

 

어머니! 막내가 이사한다고 방을 계약했대!”

그래야 졸음을 떨쳐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알고 보니 우리 집에서 전철로만도 30분 넘는 먼 곳 이래

왜 그랬다냐?”

 

지금 살고있는 집 계약이 끝났는데 월세를 5만원 올려 달라 하고

이사 갈 집은보증금이 천만원 싸더래!”

 

그 돈 떄문에 멀리 간다고?”

 

“큰애 며칠 전에 이사 가고 나니 맘이 허전하던 참인데 막내까지 멀리 간다고 하니

갑자기 텅 빈 것 같고 이제는 빈 껍데기만 남은 것 같았어!”

 

아가! 네가 서울로 떠나고 얼마 있어 셋째 마저 서울로 떠나갔을 때 얼마나 울었는지 알어?”

 

아차!

자식을 키워보면 부모 마음을 안다는데 내가 아직 살피지 못한 어머니의 마음이 또 있었구나.

 

2021. 0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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