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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이야기들

집착

 

 

산 벚꽃 팔랑팔랑 나비되어 날다가

사랑이 되어 가슴에 내린다.

 

가는 봄 서러워 눈을 돌리니

연둣빛 이파리가 수줍은 듯 눈을 찡긋!

 

따사로운 햇빛이 등허리를 간질이다

제풀에 지쳐 하품하는 한 나절

 

사랑가 불러주는 임이 없어

개울가에 맴도는 나비가 가슴앓이 한다.

 

봄 산길에는 이제 철쭉이 피어나고 있다.

뒤늦은 산 벚꽃이 한잎 두잎 바람에 날려 산 개울에 그득하다.

떨어지는 꽃잎이 못내 아쉬워 가슴앓이 하며 바라보는 마음은 집착이다.

어차피 세월은 흘러가고 활짝 폈던 꽃들도 지고 마는 것을....

 

사는 게 모두 집착이라는 생각이 든다.

돈을 모으는 것도, 자식이 잘되기를 비는 마음도, 때로는 철 늦은 사랑을

그리워함도...

그 모두가 집착에 기인한 한낱 부질없는 욕심일텐데 현실은 비워내지 못하게 한다.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우리네 범인들의 가슴에 뿌리 내리기에는 세월이 더 많이

흘러가도 쉬이 이루어질 성 싶지 않다.

산길을 걸으면 그동안 살아오며 수많은 집착 앞에 끌려가며 정신없던 시간들을

비워낼 수 있어 좋다.

 

꽃 진자리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면 반짝이는 신록의 향연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유년기의 어느 봄날 등허리를 간질이는 햇살 받으며 삘기 한줌 뽑아들고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보리밭 길을 달려 내려오던 소년의 이마에는

땀에 절은 땟국이 줄줄 흘렀다.

 

갓 움을 틔운 사철나무의 연둣빛 햇순을 바라보며 얼마나 가슴이 설레었던가.

미끈거리는 고무신이 연신 벗어지던 보리밭 길에 주저앉아 두리번거려 보건만

사위가 고요하던 그 봄의 소년은 간 데 없고 욕심투성이의 중년이 누워있다.

 

산 벚꽃 이파리 너울거리며 가슴에 살포시 내려앉아 속삭인다.

‘우리 사랑할까요?’

‘얼어죽을 사랑은? 사랑이 뭔데?’

 

살기 위해 몸부림치며 바삐 걸어왔던 지난 날!

사랑은 연속극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그저 무덤덤한 감각으로 내게 다가왔다.

소년이 짝사랑했던 그 소녀를 떠올리는 것이 바로 사랑이 아니었을까?

이 산을 내려가면 나는 가는 봄날을 또 그리워 할 것이다.

10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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