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모닥불 앞 이야기 4
출처 : http://www.angz.co.kr/index.htm
한낮의 따가운 햇살이 언덕너머로 사라져가면 우리는 몰리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가슴이 설레입니다.
파엔 할아버지도 옛날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은데 별로 안해주십니다.
대부분 몰리 아저씨의 얘기를 듣는 편이고 가끔씩 거들어 주시거나 몰리 아저씨의
희미한 기억을 일깨워 주시는 것이 고작입니다.
분명히 우리 할아버지도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아시는 것이 틀림없어 여쭤보면
허허 하고 너털웃음만을 지으십니다.
모닥불 타는 냄새가 코끝을 스치고 맞은편에 앉아계신 몰리 아저씨의 얼굴이 불빛에
어른거립니다.
"아저씨! 얼른 얘기 해 주세요!"
판지가 조르자 입을 여십니다.
"아저씨가 저번에 어디까지 이야기 했었지?"
"휴리스 나무 이야기랑 제제르 항구에 가는 이야기까지 하셨어요!"
저는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대답을 했습니다.
"음.. 그래 거기까지 했었군. 그럼 휴리스 운송로로 배가 다니는 것은 알겠구만."
"네!"
저와 판지가 합창하듯 대답을 했습니다.
"하하. 그래. 아저씨가 탄 배는 제제르 항구에 도착을 했단다. 제제르 항구에서는 반나절을 정박했다가 다시
라논으로 출발을 하게 된단다. 아저씨가 여행을 다니던 때에는 지금의 시라노 왕국의 이름이 라논 왕국이었지. 아무튼 제제르 항구에 반나절을
정박하는 동안 아저씨는 항구 주변을 돌아다녔단다. 인간족들의 땅이어서 인지 나보다 키가 큰 수많은 인간족들 사이에서 갑자기 내가 더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단다. 하지만 그럴 때 마다 모족이 잘 부르는 노래가 있지. 판지가 한번 불러보거라."
"우리의 눈동자는 보라색. 보라색은 희망. 눈동자는 미래. 우리는 미래를 이끌어갈 종족이라네."
모족인 판지가 씩씩하게 모족의 노래를 부릅니다.
인간족인 나는 판지가 부르는 노래를 잘 알고 있지만 오늘은 색다른 느낌이 듭니다.
"그래 그래!. 하하!. 나도 역시 별수 없는 모족이었단다. 모족들이 은근히 수명이 짧은 인간들을 무시하긴
하지만 실제로 인간족들 앞에서는 위축될 수밖에 없지. 키도 작고 별로 내놓을 만큼 외모가 수려한 것도 아니어서 아마 더 인간족들을 무시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모족의 노래도 모족들의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은연중에 널리 퍼지게 된 것이지. 사실 어떤 종족이 더 낫다는 것은
없단다. 그냥 서로 다를 뿐이지. 아저씨가 여행 중 얻은 중요한 교훈중의 하나가 나와 다른 남을 인정하는 것이었단다. 하여간, 위축된 마음을
가다듬고 나니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일어나기 시작하더구나. 아저씨가 발을 디딘 그곳은 이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륜 대륙이었다. 너무넓어
대륙 저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그런 곳. 인간족들이 좋아하는 온갖 전설과 영웅들의 이야기가 난무하는 곳. 또한 신비한
종족이라 불리우는 헨족이 사는 곳. 륜 대륙은 아저씨에게 그렇게 환상을 안겨주는 곳이었단다."
"허허.. 이 보게! 몰리!. 애들한테 너무 바람을 넣는 거 아닌가?"
우리 파엔 할아버지가 약간 걱정하듯 말씀하십니다.
"하하.. 걱정말게.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는 언제나 그런 것 아니겠나. 이 아이들에게 륜 대륙이나 코앞에 있는 루고르 숲이나 매 한가지 일 걸세."
"흠,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구만."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모닥불을 뒤적이십니다.
바알간 불티가 밤하늘로 올라가다가 이내 사라집니다.
"아저씨 그 다음이야기 빨리 해주세요!"
저희는 아저씨를 졸라댔습니다.
"그래. 제제르 항구에선 반나절 밖에 시간에 없어 도시를 제대로 보지도 못했단다. 참! 배는 특이하게 생긴
장치에 의해 휴리스 운송로 위로 올려진단다. 정말 대단하지. 그 큰 배가 공중으로 올려져 거대한 나무 숲 위를 날아 푸른 나뭇잎의 바다로 사뿐히
내려앉는 그 기분이란. 정말 타보지 않고는 그 기분을 알 수 없단다. 아저씨는 처음이라 감탄을 하며 구경에 여념이 없었단다. 게다가 운송로가
워낙 높아 제제르 시내가 한눈에 다 보여 무척이나 신기했단다. 제제르 시는 예테른 시보다 더 큰 도시인데 위에서 내려다 본 그 광경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지. 여하튼 그렇게 넋을 놓고 있는 사이 배가 서서히 출발을 하더구나. 배의 바닥에 간혹 부딪히는 나뭇잎의 마찰음도 매우 시원하게
들렸단다. 정말 아름다운 항해였지."
아저씨는 잠시 눈을 감고 감상에 잠기셨습니다.
우리도 덩달아 우리만의 상상 속에 빠져 들었습니다.
나도 눈을 감으니 마치 그 배를 타고 두둥실 여행하는 착각에 빠져 온 몸이 부웅 뜨는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라논에 도착할 때까지의 잠시의 행복이었단다."
몰리 아저씨의 말씀에 눈을 떴습니다.
"예? 왜요?"
'[펀]앙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펀]15.모닥불앞이야기(라논의 관문 렌스마엔 (0) | 2005.04.09 |
---|---|
[펀] 11 라논으로 가는 배 (0) | 2005.02.25 |
[펀] 9.모닥불 앞 이야기(휴리스 나무) (0) | 2005.01.31 |
[펀] 7. 모닥불 앞 이야기 하나 (0) | 2005.01.04 |
[펀]몰리 아저씨의 여행준비! (0) | 2004.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