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이야기들

그래 우리가 잘못했어!

 

으흐흐!

이 아름다운 봄날 아침!

난 끝내 의자를 창쪽으로 돌리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남쪽에서는 군항제가 한창이고 진달래와 목련이 다투어 피고 있다.

봄은 항상 만물에게 희망이라는 선물을 던져주고 흐뭇하게 삼라만상을 지켜본다.


그런데 이렇게 허벌나게 좋은 날!

다투어 꽃 피는 날!

한 송이 꽃이 왜 시들어야 하는가?


가난이 죄인가?

학비를 못내 소녀가장으로서의 무거운 삶을 포기한 중 3의 꺾어진 꿈!

얼마나 힘들었으며 마음고생이 많았으면 그리 했을까?

불공평한 사회 구조가  가진 자와 못가진자를 양분해놓고

가진 자는 희희덕대며 잘들 살고 있다.


학비도 못내는 주제에 휴대폰은 사치라며 자학했던 예쁜 얼굴의 못다 핀 꽃!

학생에게 휴대폰은 필요 없다는 말도 안 되는 내 말에

아빠는 구식택택 먹었다며 반론을 제기하던 녀석들에게 역시 세대차를 느낀다.


소녀 가장!

나 없으면 어떻게 밥하고 설거지 할 거냐며 한살 어린 동생에게

가난이 없는 세상을 미리미리 준비했다니 가슴이 미어진다.

“나 잘테니까 소리 나도 깨우지 마!”

마지막 좋은 나라로 갈 때 그 심정은 어떠했을까?



밥 한 솥 해놓고 떠나는 못다 핀 꽃!

“차라리 고아였다면 차라리 이름 없는 풀로 모래로 태어났다면...”

뇌종양 어머니를 부양하는 어린 가장의 절규!

일본어, 키타, 컴퓨터...

해보고 싶은 꿈을 잠시 접어두고 살기 좋은 나라로 떠난

너의 마음을 우리가 얼마나 이해하겠느냐?


우리가 너의 남은 가족에게 몇 푼 적선한다고 네가 살아 돌아오겠느냐?

더불어 사는 세상에 그리 못한 우리가 죄인이다.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거라.


[평택 H중 3년 소녀가장의 죽음을 보고,    창강]

'일상의 이야기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머니의 팬티  (0) 2004.05.11
"벼랑끝에..." 왜 그녀가 유명할까?  (0) 2004.05.06
아버지 안녕하시온지요!  (0) 2004.05.05
5라는 숫자와 꽃잎!  (0) 2004.04.22
열어둔 가슴에 채울 것들!  (0) 2004.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