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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이야기들

내게 꿈이란게 있었을까?

어릴적 내게 꿈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선생님이 장래 꿈이 뭐냐고 하면 대법관이라고 손을 든 기억이있다.

대법관이 뭔줄 모르면서 옆 친구가 손을 드니 따라 들었던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난 내 꿈이 뭔지 정확이 몰랐다.


그럼 지금 내꿈은 뭣일가?

이렇게 나이 많이 들어도 꿈이란게 있기나 한걸까?


사람은 자연에서 자라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순리다.

복잡한 도심에서 청춘을 바쳐 살아온 도시인들의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

전철에 몸을 부대끼며 좁은 공간에서 휴대폰에 고개를 박고 사는 삶.

생존경쟁의 치열한 전장에서 승리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삶이 행복한 삶일까?


언젠가는 돌아가리라!

난 매일 꿈을 꾼다.

한 뼘짜리 텃밭에 내가 먹을 만큼 한 줌의 채소를 가꾸고, 텃밭 한 귀퉁이에 꿀벌도 한 통 치고 ….

여름에는 에어컨 없는 자연바람을 벗삼아 땀을 줄줄 흘리면서 낮잠을 자도 나무라는 사람 없는 삶을…..


가을에는 톡톡 콩깍지 터지는 마당에 쭈그리고 앉아 콩알을 줍고 싶다.

콩깍지에 묻어온 노린재가 다가올 겨울 채비하는 모습을 즐기리라.

나 또한 지난 여름을 반추해보며 열심히 산 미물들처럼 겨울채비를 하고 싶다.


이내 겨울이 오면 솜처럼 포근한 흰 눈이 앞산을 덮을 것이다.

마당에 소복이 쌓인 눈은 치우지 말고 그저 바라보는 재미에 빠지고 싶다.

난 그 겨울 내내 봄을 기다리며 나지막한 앞산의 소나무들을 바라보며 동면하고 싶다.

앞 산에 있는 소나무, 신갈나무, 맹감나무 넝쿨조차 훤히 꿰고 있을 것이다. ……


눈이 녹고 텃밭에 씨앗을 뿌릴 때쯤 병아리 떼가 암탉 날개 죽지 사이로 파고드는 모습을 보고 싶다.

벌통의 벌이 한 두 마리 눈을 비비고 나오면 노란 병아리가 고개를 갸웃하며 멀뚱히 서서 벌을 바라보는 모습을 가슴에 담으리라.


텃밭을 가꾸다 보면 소망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내 꿈은 애시당초 없었던게 분명하다.

2019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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