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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고향집에 들러 영벽정에 올랐다.
영벽정은 내 고향 능주를 끼고 도는 지석천변에 자리한 오래된 정자다.
능주 5일장터에서 몇 발짝 걸어 나가면
산세가 아름다운 연산 옆에 지석천이 휘돌아가고,
그 강가에는 조선시대 목사가 풍류를 즐겼던 영벽정이라는 정자가
조용히 뒷짐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제시대 수탈을 목적으로 철길을 내었던 경전선의
붉은 철교가  영벽정과 오랜세월 의좋게 벗하고 있다.
 
능주는 인조의 어머니인 인헌왕후가 태어난 곳이다.
그 후광으로 능주는 나주와 함께 목사가 정사를 보던 고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쇠락한 시골마을로 조광조 적려유허비가
가끔 손을 받을 뿐이다.
 
지석천을 따라 내려가면 인근 화순천이 동무하여 수량이 많아지고
남평읍을 못미쳐 드들강이라는 이름을 달고 우리 옆으로 흘러간다.
드들강은 홍수로 제방 둑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위해
드들이라는 처녀를 제물로 둑을 쌓았다는 슬픈 전설을 담고있다.


솔밭유원지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금모래가 반짝이던 백사장을 보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콘크리트로 무너미를 쌓고 보니 백사장이 사라져버렸다.
 
내가 찾은 그날은 얼마 전 내린 비로
황톳빛 강물이 굼실굼실 흘러가고 있었다.
해거름에 찾아간 탓에 캠핑족 몇 쌍이 텐트를 풀어 짐을 꾸리기 시작한다.
파장이 되면 장터가 휑 하듯 인적이 드문 그곳이 휑하다.
 


솔밭 속으로 걸어가자 탁사정(濯斯亭)이라는 정자가 쓸쓸하게 서있다.
탁사정은 더러운 곳을 물에 적셔 막대기로 두드려 빤다는 의미란다.
어원을 살펴보니 중국 초나라 충신 굴원이 간신의 모함에 쫓겨
낙향하는 길에 어부와 나눈 이야기에서 따왔단다.
왜 남루한 옷을 입고 계시오?” 
세상이 흐려있는데 혼자 맑고,
뭇사람이 취해 있는데 나만 혼자 깨어 있었소.”
창랑의 물이 맑거든 내 갓끈을 씻을 수 있고,
흐리거든 내발을 씻을 수 있도다.”
물이 맑으면 맑은대로, 흐리면 흐린대로 살면 될 것이지
혼자 깨끗하는냐는 핀잔이다.
어부가 꾀든 말든 굴원의 기상이 무섭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 모래빛~’
탁사정 옆에는 김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비가 있다.
노래를 지은이는 이 고장 남평읍 대교리에 자란 청년 안성현이다.
함흥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성장한 안성현은
더 큰 음악가의 꿈을 키우기 위해 월북했단다.
예술가의 천국이라는 꾐에 빠져 월북해야 했던 허리잘린 우리 민족의 아픔.
 
솔밭 맞은편 큰산 너머로 해가 넘어간다.
대 나뭇살 격자 창호 뒷문 밖으로 갈바람이 바스락 거리던
어릴 적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남평읍을 못미쳐 드들강이라는 이름을 달고 우리 옆으로 흘러간다.


드들강은 홍수로 제방 둑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위해


드들이라는 처녀를 제물로 둑을 쌓았다는 슬픈 전설을 담고있다.


 


솔밭유원지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금모래가 반짝이던 백사장을 보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콘크리트로 무너미를 쌓고 보니 백사장이 사라져버렸다.


 


내가 찾은 그날은 얼마 전 내린 비로 황톳빛 강물이 굼실굼실 흘러가고 있었다.


해거름에 찾아간 탓에 캠핑족 몇 쌍이 텐트를 풀어 짐을 꾸리기 시작한다.


파장이 되면 장터가 휑 하듯 인적이 드문 그곳이 휑하다.


 


솔밭 속으로 걸어가자 탁사정(濯斯亭)이라는 정자가 쓸쓸하게 서있다.


탁사정은 더러운 곳을 물에 적셔 막대기로 두드려 빤다는 의미란다.


어원을 살펴보니 중국 초나라 충신 굴원이 간신의 모함에 쫓겨


낙향하는 길에 어부와 나눈 이야기에서 따왔단다.


왜 남루한 옷을 입고 계시오?”


세상이 흐려있는데 혼자 맑고, 뭇사람이 취해 있는데 나만 혼자 깨어 있었소.”


창랑의 물이 맑거든 내 갓끈을 씻을 수 있고, 흐리거든 내발을 씻을 수 있도다.”


물이 맑으면 맑은대로, 흐리면 흐린대로 살면 될 것이지 혼자 깨끗하는냐는 핀잔이다.


어부가 꾀든 말든 굴원의 기상이 무섭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 모래빛~’


탁사정 옆에는 김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비가 있다.


노래를 지은이는 이 고장 남평읍 대교리에 자란 청년 안성현이다.


함흥에서 태어나 이곳 남평에서 성장한 안성현은 더 큰 음악가의 꿈을 키우기 위해 월북했단다.


예술가의 천국이라는 꾐에 빠져 월북해야 했던 허리잘린 우리 민족의 아픔.


 


솔밭 맞은편 큰산 너머로 해가 넘어간다.


대 나뭇살 격자 창호 뒷문 밖으로 갈바람이 바스락 거리던


어릴 적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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