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아!
난 열심히 산 죄 밖에 없다.
가끔 애경사 있을 때 내 힘이 닿는 한
꼭 관심을 가졌고 당구 열심히 치며
관악산 올라다닌 죄밖에 없다.
가끔 배가 아파 당구치며 배를 쓸면
주연이는 치는 순간에 겐세이 논다고
핀잔을 하여 웃기는 했지만...
사실 정말로 배가 안좋았거덩,...
그런데 주연이는 겐세이 논다고 꼬라지 부리곤했지..
또 어쩔때는 '어허~이~' 하며 콧노래를 부르면
그 때도 어김없이 주연이가 상여 나가는 노래(장송곡)라고
따라 부르며 김을 빼곤 했었지...
내가 지금 누워있는 이 조그마한 침대가 어쩌면
내가 마지막 가는 쉼터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그 � 신호를 보냈는데 난 모르고 있었던 거야.
난 사실 지금 이순간의 선고를 믿지 않아.
아니 그건 순전히 의사들이 장난치는거야.
왜 사람을 갖고 희망을 줘도 시원찮은데 절망하게 만들어?
아마 돌팔이일꺼야.
그래서 설 쇠고 서울대 병원에 입원하기로 하였다.
아마 우리나라 최고의 의사들이니까
내가 갖고있는 암 덩어리는 금방 잘라내서
언제그랬느냐는 듯이 낫게 해줄거야.
그러고 보면 지난 시간들이 허망하지?
이제 낼 모래는 60줄이니 서산에 한뼘정도 남은
태양을 보며 인생의 황혼이라고 생각은 했었다만
아직도 난 할일이 많거덩....
정말 할일이 많아..
지난 해말 우리 송년회떼 주연이가 말했지?
우리 백살까지만 살자고 하면서 하던말이 떠올라..
60이 되어 저승사자가 부르러오자
'여보게 나 집에 없다고 말하게'
70이 되어 저승사자가 부르러오자
'여보게 나 지금 바쁘다고 전하게'
80이 되어 저승사자가 부르러오자
'여보게 나 지금 할일이 남았다고 말하게'
90이 되어 저승사자가 부르러오자
'여보게 나 지금 하던일 끝내고 간다고 말하게'
100살이 되어 저승사자가 부르러오자
'여보게 때가 되면 알아서 갈테니 부르러 오지 말게'
내가 의사의 맘을 모르는 게 아니야.
마지막 남은시간동안 인생을 정리하라는 뜻이겠지.
하지만 정리한다는 게 뭐 모의고사 잘보기 위해
외웠던거 리마인드 시키는 그런것이 아니잖아.
'살아있는 것은 모두다 희망이 있다'
난 그말이 정말 소중하고 좋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절망은 어둠이고 가슴 깊은 곳에 고인 레테의 강이다.
내가 그동안 뭘하고 살았지?
사람들은 말을 하지..
인정하지 않는 단계 그리고 분노하는 단계
이어서 절망하는단계. 마지막으로 포기하는 단계....
난 솔직이 인정하지 않아....
아직도..
근데 몰라...
무자년 설날이 되면 한살 더 먹을텐데 더 먹을라는지...
친구들아!
더도말고 덜도말고 건강만 하자.
기대의 힘든 모습을 떠올리며 뇌까려본다...
마지막 힘든 투병을 하는 기대에게 기적이 일어나기를 빈다
-08. 2. 2 간암 투병중인 친구의 쾌유를 빌며-
'일상의 이야기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부고)김기대 본인상==>08.2.16 16시21분 (0) | 2008.02.20 |
---|---|
깜짝 반가운 편지! (0) | 2008.02.14 |
음모 (0) | 2008.01.19 |
전문주례 셈과 마주앉아... (0) | 2008.01.10 |
피하지 못한 임플란트...... (0) | 2008.0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