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침에 화나셨죠? 죄송해요!
근데 아빠 무시해서 안 일어난 게 아니라
어제 밤에 자다가 3번이나 깨서 잠 설쳤어요.
아빠가 막 소리 지르기 전까지 꿈속이라 엄마가 뭐라 했는지도 몰랐는데
큰소리가 나서 화들짝 일어나니까 아빤 머슴 어쩌고 하시고 ...
아무도 머슴이라고 생각 안하는데 아빤 옛날부터 항상 그런 생각을 하세요?
제때 안 일어난 건 제 잘못이지만 일부러 그런 건 진짜 아니예요!
언짢은 기분으로 보내지 마시고 화 푸세요! ”
출근길에 딸에게서 날아온 문자 메시지다.
한마디로 내 성질이 급하고 꽁하면 금방 냄비 물 끓듯 부르르 쏟아내야 직성이 풀린다.
물론 금방 풀어지는 성격이지만 사실 조석으로 변하다 보니 사람들에게
너무 헤프게 보일까봐 걱정이다.
아니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수백 번은 헤프게 보였던 것이다.
오늘은 큰 녀석의 예비군 훈련 때문에 새벽밥을 먹여 보낸 아내가 컨디션이 안 좋다며
다시 잠자리로 들어온다.
힘들어하는 아내를 배려한다며 딸애를 깨우기 시작했다.
딸애의 자명종이 울리고 핸드폰의 모닝콜이 울리기 시작한다.
얼른 핸폰을 딸애의 귀에 갖다 대자 끄응하고 돌아누우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만다.
출근시간이 다가오자 슬슬 꼬라지가 나기 시작했다.
“아빠가 머슴이야?”
꽥 소리를 지르며 벌컥 꼬라지를 내고는 밥을 푸자 딸년이 스프링처럼 일어나 다가온다.
물론 밥상은 큰애가 먹고 나갔으니 밥공기와 숟가락만 챙기면 되지만
늦잠 자는 버르장머리가 미워 밥상머리 교육을 시키고자 부러 오버한 면도 있다.
“놔둬! 머슴도 일 나갈 때는 주인이 따뜻한 밥 먹여 보내!”
냉정하게 쏘아 붙이고 밥을 챙겨먹자 딸년이 물을 떠오고 국을 덥혀오며 밥상을 거든다.
우거지상으로 말 한마디 않고 꾸역꾸역 밥을 먹는 날 불안한 듯 바라보는 딸애에게
눈길한번 주지 않고 가방을 챙겨들고 인사도 받지 않고 핑 하니 출근길을 서둘렀다.
아내가 컨디션이 안 좋은 건 이해 하지만 딸애가 늦잠 퍼질러 자며 식사도 안 챙겨주니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라라! 화내서 미안해!
일어나라는데도 이불을 뒤집어쓰니 더욱 속상했어!
금방 아침회의 끝났어!
아침밥을 아빠가 차려 먹는 것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기분이 그렇거든!
머슴도 일 나갈 때는 따뜻한 밥 해 먹여 보내는데 하는 생각에 ㅋ 힘차게 ♡♡”
결국 딸애에게 답장을 보내고 말았으니 내가 진건가?
밥상머리 교육은 제대로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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