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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수가 사기극을 벌인겁니까?

 

황 교수님!

어느 날 당신은 신데렐라처럼 우리 곁에 나타났습니다.

아니 그것은 우리사회가 과학.기술에 대해 무관심해서 그런 것입니다..

당신이 하늘을 감동시킬 때까지 해보자며 고독한 싸움을 해 왔던

과정을 몰랐기 때문에 마치 노래한 곡 잘 불러 히트한 가수 쯤으로

생각한 짧은 생각임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요 몇 달 동안 당신의 업적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도 많았는데

지금도 혹시 흠집이 없는지 찾아내려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당신이 마치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난자를 기증 받기라도 한 것처럼

얘기가 시작 되더니 어느 날인가는 당신의 연구가 거짓인 것처럼 변질되더군요.

당신이 정말 희대의 사기꾼이었나요?

아니면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사기극을 벌인 겁니까?


당신이 사랑하는 제자의 입에서 엉뚱한 얘기가 나왔다니 얼마나 배신감을 느꼈을지

짐작이 갑니다.

오늘 아침에는 당신이 사랑하는 제자들이 미국 영주권 신청을 할 거라는

얘기가 들리더군요.

살다보면 별의별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때로는 배신감에 가슴이 타들어가고

또 때로는 분노를 삭이느라 심신이 만신창이가 되기도 합디다.

말 그대로 길을 가다보면 중도 보고 소도 본다는데 그러려니 하면서도

나부터 무척 화가 납디다.


우선 당신이 윤리적으로 파렴치한인 것처럼 포장되는 순간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우리가 언제부터 윤리를 최우선시 하였습니까?

참여정부 들어 윤리가 강조되었고 그 잣대는 주로 공직자나 정치 지도자들에게

적용되어온 것이 사실입니다.

윤리적인 잣대가 지신의 양심과 어긋나는 경우에 적용된다고 믿어왔습니다.


헌데 당신의 난자 취득과정이 윤리적으로 지탄을 받을만큼 큰 것이었는지

반문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윤리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를 하려 한건 아닙니다.

과학자의 윤리에 대해서는 법을 만든지 얼마 되지 않아 당신이 희생양이

된 게 아닌가 싶어 우리의 과학기술 발전이 주춤거리는 현실에 가슴 아파

해본 소리입니다.


항간에는 지나친 애국심으로 무장한 네티즌들이 당신을 감싸고돈다며

불편한 심기를 늘어놓고도 있습니다만 난 다른 각도에서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가 언제 한번 큰소리 치고 살아온 적 있습니까?

조선 오백년 동안 아니 거슬러 올라가 고려시대까지 이웃 명나라와 청나라에게

속말로 속국이나 다름없을 만큼 굽신거리고 살지 않았나요.

우리가 자존심 좀 내세우려하면 여지없이 힘으로 우리를 제압하려 드는

역사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몽고가 쳐 내려왔을 때 임금 선조가 몽골군 장수에게 직접 무릎을 꿇었던

남한산성의 비참한 수모를 떠올리면 힘이 얼마나 중요한 건가는 불문가지입니다.

힘없는 나라의 서러움이지요.


힘을 써보려면 그만한 인프라와 갖춰져야 하는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춰졌습니까?

우리가 땅덩어리가 큽니까 자원이 풍부합니까?

속말로 우리는 불알만 차고 남북한 합쳐 1억도 안되는 작은 민족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세계와 어께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인적자원밖에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습니다.


결국 해결책은 한 사람이 100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탁월한 기술을 갖고 있거나

남들이 하지 못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 속담에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데 그 말이 꼭 들어맞습니다.

이웃이 잘나가면 그것을 시기하여 깎아내리려 하는 잘못된 심성 말입니다.

참여정부 들어 이공계가 미래를 열어갈 것이라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멀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서로 헐뜯고 있는 것을 지켜보며 가장 기뻐할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보나마나 자기들이 갖지 못한 기술을 우리가 보유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시기심 때문에 좋아하는 이웃나라들이 아닐까요?


이번에 너무 큰 대가를 치르고 쓰린 경험을 했는데 이젠 아무나 믿지 말고

당신의 말대로 하늘이 감동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시길 빕니다.

이번 경험을 거울삼아 외국 과학자와 교류는 갖되 선뜻 속내를 비치지 마십시오.

우리 한민족이 큰소리로 웃을 수 있는 그날이 올 때까지

당신이 하고 싶었던 일에만 열중하십시오,


매스콤에 얼굴 비치는 것은 또 다른 적을 만드는 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쥐도 새도 모르게 멋진 결과를 만드는 승부사의 기질을 갖으십시오,

대다수의 국민들은 여론의 향배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추운 겨울 낯선 곳에 칩거하며 가슴앓이 할 때 많은 국민들은

당신을 안타까이 지켜보았습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건 당신의 그 능력을 믿기 때문입니다.

쾌차하시고 연구실에 환하게 불을 밝히십시오.


2005. 12.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