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토요일도 근무를 한다.
우리가 주 5일제 근무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망각이란 놈은
토요일에 근무 하는 것 자체를 신기하게 만든다.
한국에서 사업차 이곳 게스트하우스에 들른 사람이 골프를 치러가잔다.
골프에 미친놈이 아닌 이상 엄연히 임무가 있는데 직원들이 권유한다고
나설 내가 아니다.
(천막집에서 사는 사람들)
내놓고 말하자면 오늘 미팅은 굳이 내가 참석하지 않아도 그만인 임무랄 것까지는
없는데 사실은 내가 골프에 올가즘 느낄 만큼 묘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골프 약속을 하고나면 하루 전부터 배가 아프고 설사가 나는 체질이다.
사람들은 소풍가는 전날처럼 잠이 안 온다는데 난 스트레스 때문에 잠이 안 온다.
어제는 인도의 총선이 있는 날이었다며 손가락을 보여준다.
인도에서는 투표를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기 위해
손톱에 매니큐어 같은 페이트를 칠해준단다.
문맹률이 높아 손가락 기호를 보고 투표를 한다고 하니 우리의
70년대가 벌써 옛날처럼 아련하다.
(임페리얼 호텔 밤 풍경 및 내부)
저녁은 전력부 차관이 주재하는 만찬이 잡혀있었다.
임페리얼 호텔의 만찬장은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을 때 영국총독이
사용했던 곳으로 그 이전에는 무굴제국의 왕자가 사용하던 왕궁이었단다.
어둑한 조명아래 일본군 제복 스타일의 검정색 제복을 입은 종업원이 주인님
모시는 하인처럼 음료를 들고 서서 빤히 쳐다보며 끊임없이 권유한다.
외교행사에서는 주빈이 도착할 때까지 환담을 즐기며 음료를 마신단다.
오랜지 2잔과 토마토 주스를 한잔 마셨는데도 녀석들이 자꾸 내 코앞에 들이민다.
한잔만 들고 입술만 축이며 오가며 환담을 즐겨야 되는데 귀가 막혀 있으니
미련하게도 애꿎은 음료수만 마셔댄 것이다.
들리지 않는 영어에 스트레스 받으며 무려 한 시간 이상을 서있다 보니
이제는 다리가 아파 주저앉고만 싶어졌다.
양반은 맹물을 먹고도 이빨을 쑤시며 배고픈 티를 내지 않아야 한다.
그 옛날 돈 많은 상놈이 양반을 샀다가 도로 물리고 말았다는 얘기는
결코 틀린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드디어 뷔페식 만찬이 시작 되었으나 접시를 들고 서서 먹으려니 자칫 접시가
뒤집힐까봐 신경이 곤두서 음식이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어서 빨리 벗어나고픈 마음뿐이다.
자유인! 자연인!
그 단어가 왜 그리도 그리운지 모르겠다.
09.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