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선생님!
작은 섬마을 이작도!
인천에서 빠른 뱃길로 1시간여!
그곳에는 총각 선생이 있었고 19살의 풋풋한 처녀가 있었다.
그 옛날 섬마을 선생님의 향수를 고스란히 간직한 그곳에는
아직도 벌거숭이 녀석들이 해변에서 뛰노는 듯했다.
용달차 짐칸에 올라 36년 전 “섬마을 선생님“의 촬영지였던 계남 분교를 찾았다.
그곳은 이작도의 남쪽 끝자락 울창한 나무숲에 지붕만 내밀고 있었다.
교실과 숙직실이 한 칸씩인 작은 학교가 오랜 세월동안 까맣게 가슴을 태우고 있었다.
간신히 길을 터주는 좁은 계단을 올라 운동장으로 들어서니 웃자란 잔디가 발목을 덮고
녹이 슬다 지쳐 녹아내린 미끄럼대가 무심한 칡넝쿨에 목이 감겨 켁켁대고 있었다.
그 미끄럼틀 뒷켠에서 소꿉놀이 하다말고
눈을 가리며 훌쩍이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정직, 성실”이라는 교훈이 음각된 문설주!
바다가 마주보이는 교실로 들어서니 교실 앞 뒤쪽에서 칠판이 힘없이 나를 본다.
그곳에는 골덴 헝겊조각을 기워 만든 칠판지우개가 왕따 당한 듯 서럽다.
총각선생!
그가 기거했던 숙직실 창밖으로 초여름의 녹음 속에 무심한 매미가 울어대고 있었다.
철썩 철썩 밤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소리에 명상에 잠겼을 그 선생을 그리워하며
옷고름을 물고 얼굴 붉혔을 섬 처녀!
그 녀의 홍조 띤 티 없는 얼굴이 어디선가 날 훔쳐보고 있지 않을까?
숙직실 앞 종탑이 시작 시간을 알리는 듯하다.
바로 앞 바다건너 승봉도가 닿을 듯하고
밤마다 외로움에 젖었을 그 총각 선생이 뒷짐 지고 거닐었을 이 자리!
돌아오며 불러보는 ‘섬마을 선생님’의 애절한 노랫가락이 흥을 돋우다가 목이 멘다.
난 잠시 청년이 되었고 풋풋한 섬 처녀의 사랑을 받은 총각선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