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홍시감 따던날
뒤란 감나무 밑에 가마니뙈기를 깔아놓고 누웠습니다.
기름진 감나무 잎 틈새로 파란 하늘이 보이고 새털구름이 높게 떠있습니다.
정말 우리 집 암탉 깃털처럼 보드랍습니다.
감나무 어디선가 매미가 시원하게 울기는 합니다만 이제는 풀이 죽어 힘이 없습니다.
난 아까부터 감나무 꼭대기에 매달린 빨간 홍시를 쳐다보며 어떻게 딸까 궁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홍시는 햇빛이 투과되어 투명하게 속내가 보이는 듯합니다.
기다란 대막대로 잘못 따면 곤약고(1)가 되고 맙니다.
“야! 춘식아! 저 감 네가 올라가서 딸래?”
“안되야! 가지 뿌러져부러!”
나무를 잘 타는 춘식이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올라가기를 싫어합니다.
울타리 주위에서 놀던 닭들이 먹이를 찾느라 온통 후비고 있습니다.
어떤 암탉은 아예 땅을 파고 웅크리고 앉아 날개 죽지로 온 몸에 흙을 퍼 올립니다..
‘꾹꾹꾹!’
수탉의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느닷없이 암탉 등에 올라타 벼슬을 물어뜯고 내려옵니다.
잘 놀다가도 가끔 암탉을 혼냅니다만 바보같이 암탉은 찍소리도 못합니다.
날이 더워 돌치기를 하는 것도 귀찮습니다.
어느새 지만이 눈이 감기기 시작하고 그런 지만이를 보노라니 나도 스르르 잠이 옵니다.
춘식이가 드디어 감나무에 올라가기 시작 합니다 .
나는 조심스럽게 춘식이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춘식이의 바지가랑이 사이로 고추가 보입니다.
“아얏!”
갑자기 옆에서 낮잠에 빠져들던 지만이가 눈을 부여잡고 죽는 시늉을 합니다.
쐐기가 지만이 눈두덩으로 떨어져 쏘이고 만 것입니다.
갑자기 내가 더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춘식이 손이 아슬아슬하게 닿을 듯 말 듯 합니다.
숨죽이고 춘식이를 쳐다보니 느닷없이 홍시가 내 얼굴에 범벅을 치고 맙니다.
코끝에서 입으로 흘러들어오는 감이 달콤합니다.
씩 웃으며 지만이를 바라보니 지만이의 눈두덩은 사정없이 부어오르고 있었습니다.
*** 감나무나 배나무 잎을 갉아먹는 쐐기는 나방이 되기 전 애벌레로 혹 모양의 돌기가 나 있으며 그 돌기에는 독침이 있다. 쐐기는 흐물흐물 기어오르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떨어지기도 하여 쏘이는 것이 다반사였다.***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