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이야기들

핫팬티 만드는 처녀

창강_스테파노 2004. 8. 6. 18:12

연일 수은주가 최고치를 경신하는 무더운 여름!

행장을 챙겨 산길로 접어들었으나 바람한점 없이 고요하다.

너무 더운 탓이라 사람들의 발길도 뜸하고 햇빛을 가리는 나뭇잎들마저

지쳐 축 늘어져있다.


약수터가 있는 팔각정에는 오수를 즐기는 부부가 큰대자로 누워 차지하고 있다.

가쁜 숨 고르며 잠시 후 벌어질 고스톱과 당구를 떠올렸다.

고스톱 神과 당구 神에게 잘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다말고 피식 웃었다.


산을 찾아 상념에 젖을 수 있는 것은 내게 주어진 또 하나의 복이다.

육신에 가득한 욕망의 기름덩이가 빠져나가 좋고

머릿속에 가득 찬 미워함과 증오심을 비워낼 수 있어 좋다. 


고개를 돌리니 민소매차림의 젖가슴이 불룩한 여인네 3명이 올라와

약수터를 기웃거리다말고 내 앞에서 머뭇거린다.

“약수터에 물이 없네!”

“저쪽으로 돌아가면 있어요! 물 안 가져 왔어요?

“산에 처음 왔어요!”

그들의 행장을 보니 청바지에 운동화차림이다.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아왔고 또 살고 있을까?

그들의 매무새를 보며 뚱딴지 같이 밤거리를 떠올렸다.

순간 남의 삶을 훔쳐보다 들킨 것처럼 얼굴이 빨개져온다.

하지만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살아온 과정을 유추해보고 그들의 삶과

내 삶을 비교해보며 나의 행복지수가 얼마큼인지 가늠해보는 것도 싫지는 않다.


그들을 뒤로하고 산길을 더듬어 마당바위에 올라서니

아이스케키를 팔던 아르바이트 청년이 내가 앉은 그늘로 몸을 피한다.

큰애 또래의 순박한 얼굴을 보자 가슴에 서늘한 바람이 지나간다.

어서 아이스케키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직장을 잡아 들어갔으면 좋겠다.


상황이 이럴진데 정치하는 사람들은 잿밥에만 정신을 팔고 있으니...

외환보유고만 빼면 IMF와 진배없는 현실!

나부터 경제가 나쁘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은데 나라님이야 어떨까?


한식경쯤 동창 녀석들을 기다리고 있자니 오르내리는 사람들 틈으로

예의 그 여자들이 헉헉대고 올라온다.

그들은 길목에 앉아 막걸리를 시켜 마시며 청바지에 가위를 들이댄다.

허벅지 부위를 터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하는 것쯤으로 생각했는데

핫팬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모두들 그들의 기이한 행동에 시선을 모으며 호기심에 가득 차 재미있어 한다.

뭇시선을 받는 것을 과시하듯 깔깔대며 재미있어하는 그들의 모습이 처량해 보인다.

사람들은 누구나 관심 끌기를 좋아하고 튀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그것은 애교스럽지 않고 천박스럽다는 것을 왜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