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10 캄보디아 마지막날 수상촌의 모습

창강_스테파노 2006. 4. 19. 14:38

 

오늘은 여행 마지막 날이다.

다소 여유 있는 아침을 먹고 툰레샵 호수로 향했다.

제법 잘사는 동네를 가로질러 남쪽으로 달리는 차창밖에는

울창한 야자수와 바나나 나무 사이로 전통 가옥이 몸을 숨기고 있었고

신작로 옆 도랑에는 누런 흙탕물이 정지된 듯 느릿느릿 흘러가고 있었다.


이따금 이발소가 보이고 예쁜 처녀가 재봉틀을 놓고 뭔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다. 아마도 그 처녀는 재봉틀이 커다란 재산일 것이다.

비포장 도로를 덜컹거리며 달려가자 먼지가 폴폴

우리를 뒤따라오는 가 싶더니 어느새 비릿한 냄새가 역겨울 만큼

강하게 코를 쏘기 시작한다.

분명 민물호수라는데 냄새가 나다니 알고 보니 배위에서

거름창으로 젓갈을 뒤집고 있었다.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수상촌에 이르니 말 그대로

물 위에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낡은 배는 우리를 싣고 복잡한 포구를 빠져 나가기 시작한다.

배가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반바지 소년이 원숭이처럼 좌우로 나대는

호수는 온통 황토 빛으로 언제나 맑아질 것인지 기약이 없어 보인다.

백년하청이라는 말이 여기에서도 통할 듯 싶다.


변소가 곧 호수이고 호수가 곧 그들의 터전인 그곳은

교회도 물위에 떠있다.

호수 중간에 섬처럼 떠있는 매점에 다다르니 다라이를 탄

소년이 1달러를 외치며 손을 흔든다.

공부해야할 애들이 능숙한 솜씨로 다라이를 타는 그는

미래에 유능한 선장이 될는지 아니면 유면한 수영선수가 될지도 모른다.

민물새우를 몇 점 주워 먹다 말고 되돌아오니 제비들이 물위를

날고 있다.

이곳이 강남이었지?

저 제비들 조상이 그 옛날 흥부에게 박씨를 물고 왔을 텐데 이곳

어디쯤일까?


그 옛날 불교와 힌두교의 영향을 받아 제국을 이룬 캄보디아에는

붓다가 없었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 유한한 인생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정년이 4년 남았는데요.”

“그거 별거 아니요! 어서 4년 후에 뭘 할 건지 준비하시오!”

여행을 함께한 안젤모 형제님의 얘기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인생은 빈손인 것을..

가지고 갈 것도 없으면서 현재의 모습에 연연하는 보잘 것 없는

나 자신의 욕심 가득한 가슴속으로 찬바람이 한줄기 훑고 지나간다.

“옷 껴 입어!“

인천 공항이 다가오자 반팔인 나에게 긴팔을 입으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