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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젊은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창강_스테파노 2005. 10. 31. 09:37
 

얼마 전 모 대학의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있었다.

가을이 익어가는 아름다운 교정에서 평화롭게 거니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니

문득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암흑기가 떠올랐다.

끝 간곳없는 미래에 대해 좌절하던 젊은이들이 분출구를 찾아 강의실을

박차고 거리로 나와 최루가스를 마시며 함성으로 열정을 불사르는 것이

그 당시 젊은이들의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고민하느라 한 눈팔 겨를조차 없다.


강의실로 들어서자 중간고사 기간인데도 꽤 많은 학생들이 나를 맞았다.

강의 내용보다는 강의 말미에 소개하기로 한 취업이 최대 관심사였을지 모른다.

자기소개서 작성방법과 면접요령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보니 그들의 얼굴에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절망감이 스쳐지나갔다.


청년들에게 비전이 없고 미래가 없다는 것은 곧 절망이다.

돌이켜보면 근대화를 부르짖던 70년대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있었다.

취직하기가 어렵던 당시에는 울산 공단의 조선소와 자동차공장은 곧 우리의

희망이었고 자부심이었다.

비록 고향과 멀리 떨어진 객지라고 할지라도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그 때 어께에 새겨진 안전마크 작업복을 자랑스럽게 걸치고 시내 중심가를

누비며 외상술을 마셨다.

작업복이 곧 사원증이었고 신분증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산업사회가 지식사회로 탈바꿈되면서 블루컬러보다는 화이트 컬러를

선호하게 되었고 힘들고 더러운 이른바 3D업종에 등을 돌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이어져 온 나라가 떠들썩한 적이 있다.

공장보다는 차라리 서비스업종을 선호하게 되었고 과학고를 나온 학생이 의대나

법대를 지원하는 기현상을 낳고 만 것이다.

결국 우리가 있어야할 자리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차지가 되었고 젊은이들은

청년백수가 되어 절망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취약점은 높은 임금과 주 5일제 근무에 따른

급격한 생산성 저하로 인해 채산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 10.24 메스컴을 통해 나타난 두 가지 사건은 많은 생각을 하기에 충분했다.

그 하나는 세계굴지의 휴대폰 제조업체인 모토로라코리아가 생산기지인 덕평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고 생산라인에 근무하는 종업원들을 직종전환 내지는

다른 부서로 배치시킨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말이 그렇지 그 인력은 어찌 보면 느닷없이 생존의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위기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는 것이다.

비단 외국계 기업뿐만 아니라 토종기업마저도 중국신드롬에 빠져있다.


왜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할 수밖에 없는가?

물론 고분고분하고 값싼 인건비는 기업가들에게 매력적인 곳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큰 이유는 법과 제도의 지나친 규제에 따른 기업가들의

고충이고 게다가 시도 때도 없이 임금인상 압박에 시달리는 것이다.

그로인해 우리는 산업공동화 현상이 가속화 되고 반대로 중국은 수많은 인력들의

일자리가 생겨낙 있다.


중국은 이미 우리를 추격하는 단계를 벗어나 2-3년 내에 추월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하리라고 한다.

물론 우리는 고 부가가치 역무를 수행하고 생산기지인 중국을 최대한 이용하면

된다고 하지만 고부가가치 산업을 일궈 내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인가?

고 부가가치 산업도 알고 보면 제조업의 뒷받침 없이는 쉽지 않은 것이다.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제조업을 자동화시켜 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한다.

지금 이대로 나간다면 중국에 추월당하는 것은 자명하다.


동일자 신문에는 또 다른 상반된 기사가 실려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해외에 공장을 둔 일본 제조업들의 60%가 U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자국 생산기지를 통해 고급기술이전을 막고 신제품 개발기간 단축은 물론

기존제품의 고부가가치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싼 임금 때문에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겼던 경험을 종합해보면 언어가 소통되지

않는 외국에서는 시간과의 싸움에 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국내 산업이 건실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교훈을 터득했던 것이다.


일본 제조업의 U턴은 많은 일본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다.

우리나라와 견주어 볼 때 안타까움과 부러움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우리나라처럼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가 없다고 하니 기업하는 사람들은 결국

모든 걸 때려치우고 값싼 인건비와 고분고분하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선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모든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을 보상받겠다며 벼르는 작금의 현실을 볼 때

다가오는 유비쿼터스 사회에서 지난 10년간의 영광을 재현하고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 다같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할 때다.

한해에 쏟아져 나오는 30만  젊은이들의 가슴에 희망을 불어 넣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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