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
시절이 하 수상타만
한탄한들 무엇 하리!
오며가며 맺은 인연
더없이 소중하건만
어찌하여 사람들은
쉬이 끊어버리려 하는가?
마른장마 끝 무렵에 남한산성을 찾았다.
일행들과 조우한 후 외톨이가 되어 산성으로 찾아드니
가슴에 맺힌 서러움이 복받친다.
사는 게 무엇이고 인연이 무엇인가?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거친 숨결이 뱉으라한다.
남문에서 동문을 거쳐 북문으로 돌아드니 그 옛날 시신을 밀어내던 쪽문이
한 맺힌 조상들의 고난을 말하는 듯하다.
허물어진 성벽위에 무성한 잡초는 나그네의 애끓는 심정을 알까?
합류하기로 한 음식점에 이르자 일행들이 뒤엇뒤엇 내려온다.
낮은 산이든 높은 산이든 산을 사랑하는 사람에겐 모두 승자다.
팔순의 회장님이 편안한 미소로 반기시니 문득 살아 실제 아버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인생은 덧없지만 순간에 최선을 다하라는 가르침이 귓전에서 돌아나가며
반가움에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다.
산악회라는 모임은 대게 고만고만한 또래들이 모여 어우러진다.
하지만 팔순의 노옹부터 30대의 젊은이가 한데 어우러진 우리들 모임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절묘한 궁합을 이해할 수가 없다.
뒤풀이가 시작 되고 통과 의례처럼 하산주를 걸치는 모습들이 모두 승자다.
오늘은 팔순과 칠순을 맞은 노옹 여덟 분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가 준비되었다.
노옹들의 무병장수를 빌며 축하연을 곁들인 것이다.
장수비결을 묻자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하고 산을 사랑하면 족하단다.
덧붙여 노옹이 남기신 한마디가 또 한번 울컥 서러움과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오송회(悟頌會)를 창립하였다는데 이름 하여 송가 부를 때를 깨닫는 모임이란다.
송가(頌歌)!
우리는 연말이면 송가(Old Rang sigh)를 부르고 한해를 마무리 한다.
그러나 인생을 마무리하기 위해 미리 준비한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인가?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마감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그걸 깨닫는다는 모임!
30년이 넘는 나이차를 뛰어넘어 격의 없이 다가온 그분들이 만수무강하기를 빌어본다.
그런데 난 왜 이리 욕심이 많은가?
대충 잊고 흘려보내야 될 일에 번뇌를 하며 가슴에 불덩이를 간직하고 있다니!
4년 후 야인으로 돌아갈진 데 하찮은 욕심에 사로잡혀 분노하고
그동안 맺은 인연이 잘못됐다며 한탄하는 범인의 속물근성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서예가 예정님이 합죽선에 적은 맹자의 삼락(三樂)을 떠올려본다.
군자에겐 세 가지 즐거움이 있나니
그 첫째는 부모형제 살아있고 건강함이요
둘째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는 삶이요
세 번째는 후학을 양성하는 즐거움이라.
난 3락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2락은 지켰으니 이 세상에서
가장 선택받은 즐거움을 차지하지 않았는가?
“여보게! 맘 비우게! 사는 건 별것 아님세!“
05.7.21 창강 이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