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이야기들

로또 생각

창강_스테파노 2005. 5. 9. 15:56
 

“아빠! 조 아래 로또 파는 집 있지? 거기서 1등 당첨됐데!”

얼마 전 문을 연 동네 로또가게를 말하는 것이다.

나도 가끔 복권을 사지만 일확천금을 노리는 속내가 드러날까 부끄러워 남의 눈을 피해

교통카드 충전하는 체 하며 구입하곤 한다.

사실 길거리에서 로또 번호를 기입하고 서있는 풍경은 천박스럽기 그지없다.


내가 만약 복권에 당첨 된다면 어찌할 것인가? 

그 많은 돈을 어디다 쓸 것인가?

절반은 뚝 잘라 내가 갖고 나머지는 형제들에게 나눠주고 1억원만 기부금으로

내면 되겠다.

이렇게 생각은 하지만 막상 당첨되고 나면 그 욕심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배우자 몰래 생명보험을 들어놓고 보험금을 노린 청부살인이 있었다.

그 돈 기천만원 때문에 한낱 파리 목숨처럼 가벼이 여기는 세상인데 정말 기 십억의

복권에 당첨되면 난 어떻게 될 것인가.

주위에서 나를 가만두지 않을뿐더러 그동안 간직했던 아름답고 소중한 인연 또한

잃고 말 것이다.


문득 언젠가 로또복권 열기가 몰아치던 때의 일이 떠오른다.

로또의 열풍이 한창이던 그 때 회사 근방에 일식집이 문을 열었다.

일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손님이 오면 마땅한 집이 없어 그 집을 즐겨 찾곤 했다.

그 집은 호리호리한 몸매에 미인형인 주인이 살갑게 맞아주어 제법 손님이 북적거렸다.

그녀가 혹시 나를 맘에 두고 있는 건 아닐까하고 착각할 만큼 착 달라붙는 형이었다.

사실은 그 집 음식보다 그녀에 대한 관심 때문에 자주 들렀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다 풍선에서 바람 빠지듯 한동안 그 집을 가지 않게 되었다.

그러자 어느 날 한통의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다.

‘ㅇㅇ님! ㅇㅇㅇㅇㅇㅇ 당첨되면 니스해변으로 우리함께 도망가요ㅎㅎ!’

혹시 남파 간첩들이 보았으면 김일성 수령의 암호문으로 착각하지나 않을까 싶다.


그것은 다름 아닌 로또복권 번호를 일식집 여주인이 문자로 보내온 것이다.

장난기 섞인 그녀의 문자를 받고 당연히 상술인줄 알지만 당첨됐을 경우를 가정해보았다.

정말 나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내팽개치고 그 여자를 따라갈 수 있을까?

니스해변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오가는 팔등신 미인들을 바라보며 살면 행복할까?

만약 함께 도망가지 않으면 그 돈은 나에게 한 푼도 들어오지 않을 텐데 어찌할 것인가?

순간이지만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피식 웃음을 날린 적이 있었다.


분수를 넘어 턱없이 큰 욕심을 부리면 결국 나는 제 명대로 못살고 결국은 돈의 노예가

되어 스크루지 할아버지처럼 죽어서도 쇠밧줄을 차고 다닐 것이다.

복권에 당첨되지 않겠지만 당첨 되더라도 간수하기가 힘들어 맘이 편하지 않을 것이다.

욕심 없이 맘을 비우고 사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