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여행-마지막) 아쉬운 마지막 밤
(스쿠라이 등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밤새도록 내리던 비가 개었어.
잠만 자고 흐바르 섬을 떠나다니.
너무 아쉬워 아침을 먹고 페리호 선착장과는 반대로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했어.
지도를 보니 등대가 있더라고.
어젯밤 거세게 퍼붓던 비는 간 곳 없고 등대 넘어 높은 산에 구름들이 놀고 있었어.
등대에 사람이 살고 있을까?
혹시나 등대지기를 만날 수 있을까 기웃거렸지만 담장 안은 조용하기만 했어
(스쿠라이 항구)
스쿠라이 항은 항구 같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시골 마을이야.
선착장 하면 비릿한 냄새와 술 취한 사내들의 거친 목소리가 들리잖아?
어항이 아니어서인지 너무 깨끗하고 조용했어.
카페에 들어섰더니 오전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았어.
노부부가 브런치를 먹는가 하면 노인들이 커피 마시며 수다 떠는 것이
사랑방 같은 느낌이야.
그들의 삶을 엿보고 있으려니 문득 이런 곳에서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
그렇지만 결국은 외롭겠지?
(드브로브니크 가는길)
(보스니아 국경)
스쿠라이 항구를 출발해서 30분 만에 ‘드르베니크’항에 도착했어.
오늘은 2시간 거리인 ‘드브로브니크’로 가는 날이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국경을 통과하는 도로를 달려 갔어.
드브로브니크로 가는 도로는 DMZ처럼 보스니아가 크로아티아를 갈라놓고 있어.
DMZ가 보스니아 땅이라서 그곳을 통과해야 해.
하마터면 보스니아가 내륙 국가가 될 뻔했지.
국경을 통과할 때는 별도로 티켓을 끊는데 렌터카 비용에 포함되어 있었어.
(드브로브니크 숙소)
3시간 걸려 이번 여행의 마지막 도시인 ‘드브로브니크’에 도착했어.
‘드브로브니크’는 ‘스르지산’ 이라는 산밑에 있는 항구도시야.
숙소는 이번 여행 기간 중 가장 비싼 1박에 14만 원짜리였어.
예약 할 때부터 너무 비싼 곳이라고 딸아이와 옥신각신했었던 곳.
“우리 여행 마지막 날이니까 우아한 곳에서 자보자 응?”
딸아이의 애교를 이길 수 없었어.
처음으로 14:00에 체크인 했어.
더블 침대 2개 싱글 침대 1개로 가족이 여행 오면 딱 맞는 방으로 너무 컷어.
그런데 딸 아이 말처럼 우아한 곳은 아니고 비싼 곳이었어.
숙소가 깨끗하기는 한데 단점은 언덕 위에 있어 등산하는 기분이야.
덕분에 이틀간 걷기 운동은 제대로 한 편이지.
(숙소에서 페레게이 가는 골목길)
체크인을 하고 결제하며 물었어.
혹시 28만 원짜리 카드 승인된 곳이 맞는지?
그랬더니 자기들 숙소가 맞고 카드 계산은 대행업체가 해준다나?
고민했던 한 가지가 풀린 거야.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카드 승인이 떨어진 그 금액 때문에 찜찜했는데 바로 이 집이었어.
짐을 풀고 ‘필레게이’로 내려왔어.
‘필레게이’는 해자를 건너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성문이야.
구시가지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우리 같으면 4대문 안에 있는 도시야.
구 시가지 길바닥은 돌이 거울처럼 반들반들했어.
좁은 골목길은 온통 가게나 카페가 있고 길가에는 의자를 배치해 놨어.
이들은 왜 이렇게 길가에 테이블을 놓고 음식을 팔까?
우리도 창문을 개방한 커피집이 유행이기는 하지만.
우리 옛날로 치면 거지나 상놈들이 길가에 앉아서 음식을 먹지 않았어?
우리도 골목길 카페에서 점심을 먹으며 관광객들 속에 녹아 들어갔어.
서빙하는 청년들이 한국어로 음식 이름을 새기는 바람에 한참을 웃었어.
그만큼 우리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는 얘기겠지?
문득 서빙하는 잘생긴 청년들의 모습을 보고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어.
‘이 청년들이 제조업에 종사하면 국가 경제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스르지산 음식점)
(스르지산에서 내려다본 드브로브니크)
이튿날 오전에 스르지산에 올랐는데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만났어.
외국에서 우리나라 사람을 만나면 반가워야 할 텐데 별로 그런 마음이 안 들지?
그러고 보니 스플리트 국립공원에서도 한국 관광객을 만났었지.
패키지 여행하던 때와 비교가 되더라.
“지금 11시니까 15분까지 사진 찍고 오세요.”
가이드가 관광객들에게 멘트하고 자유시간을 주는 거야.
산 위에서 내려다본 ‘드브로브니크’는 바닷가 바위 위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조개 같았어.
점심은 스르지산 ’KONOBA’ 에서 바비큐를 시켰는데 비싼 만큼 맛있었어.
(성벽투어)
(성벽투어 중 커피 한잔)
산에서 내려와 오후에 성벽 투어를 하고 마지막 저녁을 한식으로 결정했어.
한국인 청년(?)이 운영하는 ‘딩동’이라는 음식점에서.
라면 한 그릇에 12,000원, 비빔밥은 24,000원 ….
맥주가 빠질 수가 없지!
어느덧 여행의 마지막 밤이 오고 말았어.
여행이 끝날 때만큼 아쉬운 밤이 없지.
골목길 식당들은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테라스’라는 그림 같았어.
(드브로브니크공항)
‘드브로브니크’에서 이틀을 보내고 아침 7:30에 공항으로 향했어.
렌터카 반납 시각이 어찌 될지 모르거든.
숙소에서 공항까지는 20분 남짓.
근데 차량 반납 걱정이 앞서는 거야.
스플리트에서 주차하다가 경계석에 오른쪽 뒷바퀴 휀더 부분에 스크래치가 났어.
얼른 보면 잘 모르겠는데 자세히 보면 확연히 표가 나.
자진신고를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딸아이와 나는 공동정범이 되기로 했어.
공항에는 컨테이너형 이동식 랜터카 사무실이 줄지어 있더라.
EUROCAR를 찾아갔더니 여직원이 체크리스트를 들고나오는데 가슴이 조마조마했어.
여직원은 차 문을 열어 주유계를 체크하고 차량 주위를 쓱 둘러보는데 죄짓고는 못 살겠더라.
여직원은 체크리스트에 사인하래.
‘이렇게 쉽게 차량 반납이 이루어지는 건가?’
입국장으로 캐리어를 끌고 가는데 혹시나 부를까 봐 조마조마했어
난 그럴 때 똥꼬가 움찔거려.
공항 대합실에 앉아 좌충우돌하던 지난 시간들이 오래전에 일어났던 것만 같았어.
벌써 10일이 지났단 말이야?
한 병에 6유로 하는 10ml짜리 위스키를 마시고 잠에 빠졌어.
내게 로망이었던 자유여행!
그 녀석은 결코 나를 배반하지 않았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