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강_스테파노 2018. 2. 14. 14:27




설날


아껴두었던 새 양말을 신고

양철 단추가 유난히 반짝이던

검정색 일본식카라 교복을 입고 달떴던 설날.


큰댁 가는 버스에 오르면

신작로 가에 웅크린 키 작은 초가집들

둥둥 떠가는 버스

행여 논 고랑창에 빠지지 않을까 가슴 졸였다. 


큰댁 외양간에는 생 솔가지가 하얀 연기를 밀어냈다.

일년도 지나 만났건만 누렁이가 꼬리를 흔든다.

어둑신한 방에서 멋 적은 세배 올리고

튀밥 묻힌 산자 먹던 어릴 적 설날! 


대밭을 가로질러 뒷밭에 들어서면

보리 싹이 파랗게 돋던 그곳

생 울타리 밑에는 산토끼 똥이 오보록이 쌓여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