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 밖으로 팽개쳐진 사람은 영혼도 피폐해진다
나는 책을 선별하는 재주가 별로 없다.
대부분 애들이 주어다 놓은 책을 읽거나 회사 독서클럽에서 선정한 책을 읽는다.
독서클럽에서는 동양철학, 서양철학, 소설, 경제 등 다양한 책을 추천한다.
독서클럽 활동은 책 선정에 신경을 쓰지 않아 좋고 내가 무관심한 분야를 접할 수 있어 좋다.
‘색체가 없는 多崎作루(다자키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라는 책을 손에 들었다.
요즘 일본에서 잘나가는 작가인 ‘村上春樹(무라카미하루키)’가 지은 책이다.
주인공 쓰쿠루는 10대인 고등학교 시절에 네 명의 친구들과 봉사활동을 하며
우정을 쌓아가다가 어느 날 나머지 세 사람으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받고 만다.
따돌림은 드물게 강인한 영혼을 만들기도 하지만 대부분 피폐하게 만든다.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한 쓰쿠루는 죽음을 생각하며 대학생활을 마친다.
그럭저럭 16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후 따돌림 당하게 된 동기를 알아내고자 여행을 떠난다.
‘기억을 감출 수는 있어도 역사는 지울 수도 바꿀 수도 없다’
여자친구인 사라의 말을 듣고 핀란드에 정착한 옛 친구 ‘구로’를 만나러 간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역사를 왜곡하는 현실을 놓고 보면
비록 책 속의 한 문장이지만 가슴이 뜨거워져 왔다.
무라카미하루키는 어떤 영혼을 갖고 있을까?
인터넷을 뒤져보니 그리 한국에 우호적인 것 같지는 않다.
16년 만에 만난 구로는 엉뚱하게도 또 다른 친구인 ‘시로’를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단다.
중년으로 달려가는 그들은 고등학생 시절의 순수와 열정을 떠올리며 오해를 푼다.
‘역이 없으면 전차가 머물 수 없다. 우선 역을 만들고 부족한 것은 차츰 고쳐나가라’
구로는 주인공 쓰쿠루가 사귀고 있는 사라를 꼭 붙들라는 말을 간직하고 돌아온다.
문득 시골집 어머님이 떠오른다.
8순이 넘으신 어머니는 마을회관 출입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고 전부다.
그런데 얼마 전 회관 신축계획에 의하면 거리가 멀어 출입하기가 어렵다며 낙담을 하신다.
궁리 끝에 신축할 회관 옆으로 이사를 하고 싶은데 어떠냐는 말씀을 빼셨다.
친구가 없는 삶은 황량한 들판처럼 찬바람이 든다.
따돌림은 아니지만 친구를 잃을까 두려워하시는 모습이 역력하였다.
사람은 밥만 먹고 살 수는 없다.
201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