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1(이스탄불 가던날)
(독일상공에서 본 프랑크푸르트)
사람은 빵만으로는 살수 없다.
그건 곧 먹기 위해 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서산에 남은 해를 바라보는 나그네의 마음이 은퇴를 앞둔
지금의 내 심정과 같을까?
더 늦기 전에 어디로든 떠나보자.
아니 기왕이면 동양문명과 서양문명이 충돌했던 곳으로..
실은 여행을 생각하지 않고 있던 나를 아내가 들쑤셔 따라나선 것이다.
여행을 떠날 때면 항상 진한 향수 냄새가 함께 따라온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면세구역으로 들어서면 머리가 지끈거릴만큼
강렬한 향수 냄새가 면세점 이 곳 저 곳에서 뇌를 마비시킨다.
아내 꽁무니를 따라 가다 보면 화장품 면세점으로 빨려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 향수는 아마 이름이 겐조인듯 싶은데 언젠가 관악산을 오를 때
스쳐가는 여인의 옷 바람에서 나던 냄새였다.
어쩌면 여행은 겐조 향수 냄새와 함께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1430년 !
마치 갈라진 얼음장이 서로 맞부딪치는 모서리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솟구치듯 오리엔트와 비잔틴은 힘의 대결을 통해 서로를 압도하고자 했다.
보스포러스 해협을 끼고 아시아와 유럽으로 갈리는 요상한 지도상의 선긋기..
그리스 시대에는 비잔티움이라는 이름으로, 로마시대에는 콘스탄티노플로
불리어온 강력한 에너지가 응축된 도시가 동양에서 세력을 키워온
오즈만 제국에 의해 무릎을 꿇고 만다.
난 동,서양 문명의 충돌이 일어났던 그곳을 만난다는 생각에 가벼운
전율을 것을 느끼며 터키로 떠난 것이다.
이스탄불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탄 나는 파김치가 되어있었다.
12시간 만에 중간 기착지인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하여 4시간을 기다려
이스탄불 행 비행기에 오르고 또 4시간을 타고서야 새벽 2시에 숙소에 도착했다.
여행은 고생을 해야 추억에 남는가?
세란다 호텔은 우리나라 여관 수준에 불과했다.
엘리베이터 문을 손으로 열고 닫는다니 이렇게 황당할 수가....
애당초 호화스런 것을 바란 것이 아니었지만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