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봉산은 난봉꾼!
돌아앉은 가을 산!
팔당호 치마폭에
찬란한 여름을 탐닉하던
예봉산은 난봉꾼이어라.
여보게!
가을이 가는 소리가 들리는가?
팽그르르 지는 낙엽!
못다 부른 이별가가 아니런가?
‘예봉산도 베레부렀어요(망쳐버리다)!’
이촌역에서 전동차를 기다리는 나에게
말을 걸어오던 배낭 맨 사나이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해보니
교통이 편해져서 사람들 천지가 되었단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어우러지는 것이 망쳐진 것일까?
하기야 팔당까지 전동차가 들어가니 예봉산인들
처녀 산으로 남아 날 것인가?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전동차에 올라 휑하게 비어가는 들판을 보니
가슴 한 편도 텅 빈 것처럼 아릿하게 찬바람이 돌아나간다.
잘 지어놓은 팔당역사는 산사람들 차지다.
칠순을 넘기신 회원들 앞에 나는 항상 막내지만
영원히 막내이면 얼마나 좋을까?
예봉산 정상을 향해 걷는 비탈길은 밭갈이하는 황소의
거친 숨소리만큼이나 힘들게 한다.
설마 이곳이 관악산 보다는 높지 않겠지?
하지만 683m라니 관악산보다 52m가 높다.
관악산의 바위 모습이 남성적으로 다가온 반면
예봉산은 펑퍼짐한 것이 여성적이라 낮게 보인 것이다.
사실은 많은 산 들 속에 둘러싸여 있어 그리 보일 것이다.
점심을 먹자며 자리를 펴자 의연 난감해지고 말았다.
점심을 준비 하지 않은 것이다.
주말부부를 핑계로 가뭄에 콩 나듯 손님처럼 들락날락 했으니
그동안 바뀐 법도를 알 리가 없었던 것이다.
B코스로 방향을 잡으신 손 부회장님의 하산 지령을 따라
내려오고 보니 입구가 똑같더라.
하산 주 한 사발에 벽난로가 뜨겁다.
송길영 박사님의 자서전
‘꿈길 따라 날개 달고 세계를 가다’를 펴들고 보니
살아온 날들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마는
산다는 것은 추억을 만들기 위함이 아닐까싶다.
“참! 이 지사장! 자녀 결혼 공지를 깜박했어요.“
“메일로 알려 드리면 되죠 뭐!”
김동억 회장님의 말씀에 청첩장을 떠올리며
자식 장가보내는 일이 인륜지대사인가 싶다.
08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