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보/기술사 웹진

(기고문)전력산업과IT

창강_스테파노 2007. 8. 20. 13:18
 

 

(들어가며)

몇 해 전 ‘전력산업과 IT’ 라는 주제로 모 대학에 특강을 한 적이 있었다. 난 그 때 왜 그런 주제가 주어졌을까 갸웃하며 교안을 만들던 생각이 난다. 교수가 하는 말은 요즘 전기공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없어 커다란 문제라며 재학 중인 학생들마저도 다른 과로 전과를 하거나 아예 공대를 기피하고 의예과나 인문계로 미련 없이 떠나는 현상이란다. 따라서 그들에게 전기라는 학문이 더 이상 전통적인 학문이 아니라는 것을 깨우쳐 주고 비록 무한한 미래가 약속된 가나안 땅은 아닐지라도 최소한의 비전이 있다는 것을 심어주고자 함이었다.


(전기의 역사)

돌이켜보면 전기란 놈은 우리에게 다정다감한 애인이고 초코렛처럼 달콤하게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은 녀석이었다. 전기라는 어원인 Electricity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그리스 시대 여인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호박(Electron)이라는 장신구에서 유래되었다니 어쩌면 전기는 옛사람들에게도 사랑(?)을 받아온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호박은 그 아름다움을 시샘하듯 착용할 때마다 먼지를 빨아들이는 이상한 성질을 가지고 있으니 그것이 곧 전기임을 알아낸 사람이 이탈리아 물리학자 볼턴이었단다. 그 때가 1800년이었으니 불과 200여 년 전에 일어났던 일이다. 그 후 80여년이 지난 1879년에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하고 또 그로부터 8년 후인 1887년에는 우리나라 건청궁에 최초의 전깃불이 켜져 한양의 옛사람들 눈을 휘둥그레 하게 만들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광솔로 불을 밝히거나 석유로 불을 밝히던 당시로서는 하나의 사건임에 틀림없었다. 우리가 전기 불을 밝히던 바로 그 해 세르비아 출신의 니콜라 테슬리는 상용 교류 발전기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러한 전기는 막대한 설비와 장치를 필요로 하는 산업으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오밀조밀하거나 아기자기한 분야가 아님은 틀림없다.


(전기의 중요성)

오늘날 전력 산업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전기는 그 용도에 따라 많은 발전을 거듭해왔다. 당초 어둠을 밝히는 단순한 용도에서 이제는 품질을 따지는 등 복잡한 기능으로 진화해왔다. 불과 20여 년 전 까지만 해도 한 두 번의 정전쯤은 너그럽게 봐 주었다. 어릴 적 극장에서 정전으로 인한 영화 상영이 중단될 때마다 날카로운 휘파람을 불어대던 그 시절은 그래도 나은 편이었다. 얼마 전 인도네시아 아시안컵 축구경기에서 보여주듯이 정전은 어둠을 줄 뿐이었지만 이제는 그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다. 가까운 예를 들어보면 농업에서는 비닐하우스의 재배 농가에 피해를 주고 어업에서는 양식장에 산소를 공급할 수없어 피해를 준다. 이제 전기는 어둠을 밝히는 빛이라는 개념에서 생활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분야에서는 그 중요성을 굳이 예를 들지 않더라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우선 섬유산업에서는 전기의  품질이 곧 原絲의 품질을 좌우한다. 일정한 주파수가 모터의 회전운동을 일정하게 유지하여 질 좋은 실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가정에서는 PC 사용자들의 문서작업을 순식간에 허사로 만들기도 하여 이제는 그 품질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전기관련 학과)

그러면 전력산업이 왜 전통적인 굴뚝산업으로 치부되는 것일까?

사실 전력산업은 과거의 영광이 사라진지 오래고 전자, IT관련분야에 자리를 내주고 이제는 변방을 맴도는 학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전기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기인으로 보고 있는 현실이다. 그것은 더 이상 진보가 없는 학문이고 과거의 이론과 기술로 명맥을 유지하기 때문이며 궁극적으로는 졸업을 해도 취직자리가 한국전력이라는 한계성 때문이다. 결국 더 이상 밥벌이의 학문으로서는 메리트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컨버전스 시대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식정보화 사회는 나 홀로 독야청청하는 독자적인 영역은 사라지고 있다. 학문도 그렇고 산업도 그렇고 비즈니스모델도 독자적인 영역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합을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 변신하여 그 가치를 더욱 빛내는 시대가 되었다. 컨버전스를 예로 들면 기기분야에서는 휴대폰과 MP3 카메라 등이 융합되고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은행과 보험의 융합으로 방카슈랑스라는 신용어가 탄생하고 있다. 또한 BT와 IT가 접목된 핼스케어는 물론 CT와 IT를 접목한 인터넷방송 그리고 저작권 보호를 위한 DRM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들이 출현하고 있다. 산업에서는 통신과 방송이 융합되어 IPTV라는 TV가 출현하고 있고 자동차산업은 IT와 접목하여 텔레메틱스라는 용어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전력산업을 들여다보면 IT와 접목하어 홈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산업이 태동되고 있고 결국 산업 간의 경계가 허물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컨버전스의 추세 속에서 전력산업은 어떻게 하여야 할까? 지금까지 고전적인 학문으로만 여겨왔던 전력산업에 IT를 접목하여 전통굴뚝산업의 긴 잠을 깨워야한다.


(전력IT 산업은 왜 육성해야 하는가?)

전력IT 산업이란 무엇일까? 말 그대로 전력과 IT를 접목하여 전력설비 운영을 자동화하여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양질의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정보기술을 접목하는 것이라고 말 할 수 있다. 결국 전력IT산업을 육성함으로써 글로벌 리더로서의 위상을 제고하는 두 가지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럼 전력IT분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생산 분야인 발전소의 경우 DCS(분산제어지스템)를 들 수 있고 공급망인 송전과 배전분야에서는 기존의 업무를 IT와 접목하여 과학화를 꾀하고 있다. 우선 송전분야는 SCADA, 배전분야는 RFID를 접목한 설비관리, 선진화사령실, 무인변전소감시시스템, 배전자동화(DAS) 등이 있고 고객과 관련된 업무는 양질의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원격에서 부하감시가 가능한 무선부하감시시스템, AMR,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업무들 외에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신기술을 접목하기 위해 아직은 진화 단계에 있는 PLC기술접목과 유비쿼터스를 통한 접목이 절실하다. 이를 통해 레드오션으로 오해받고 있는 전기관련 학과의 부활을 꾀할 수 있고 미래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전력공급이라는 단순한 명제를 떠나 누구든지 도전해보고 싶은 전력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새로운 분야의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때다.


(미래사회를 맞이하기 위한 전력산업의 역할은 무엇인가?)

다가오는 유비쿼터스 사회와 전력산업과는 어떠한 관계가 있을까?

우리가 알다시피 이동통신망은 원거리 통신에 용이하도록 발전하여 왔고 우리나라가 IT강국이 된 원동력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미래 유비쿼터스 사회에서는 근거리의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여 원거리에 전송하기 위해 많은 엑세스 포인트가 필요하다. 유비쿼터스란 말 그대로 언제 어디서나 어떤 단말기로든 접속이 가능한 인프라를 요하기 때문이다. 유비쿼터스 사회의 핵심 인프라를 살펴보면 첫째 RFID를 손꼽는 것은 누구든지 동의한다. 두 번째로는 RFID의 정보를 읽어내기 위해 단말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단말기는 관련정보를 수집하여 기간망에 접속이 필수적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아래 그림처럼 Sink가 맡으며 Sink는 흔히 엑세스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엑세스 포인트는 전원을 필요로 할 뿐 아니라 설치할 장소 확보가 쉽지 않다. 따라서 기존 시설물인 전주를 활용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그것은 전력공급을 받기가 쉬울 뿐 아니라 별도의 설치공간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나가는 말.  또는 전력IT 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려울 때일수록 연구에 투자하여 미래를 준비하는 선진국의 교훈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전력IT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관 주도형 연구개발을 통해서만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시장 논리에 맡겨 기업주도형으로 연구개발을 한다면 기업은 ROI를 중시하므로 연구개발에 올인 할 필요성이 그리 높지 않다. 산업계로 하여금 연구개발을 하여 새로운 성과를 창출하도록 기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산,관,학,연의 유기적인 협조체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고 보면 산업자원부에서 전력IT산업을 핵심과제로 선정하여 중점추진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일각에서는 연구과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없는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연구를 위한 연구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연구결과에 대한 사업화 달성 정도를 성과측정의 요소로 가미하여야한다. 예를 들면 동일한 연구원이 그동안 개발한 누적 연구과제에 대해 사업화 결과를 지수로 나타내어 평가함으로서 단시간에 성과를 기대하는 조급증에서 탈피할 수가 있다. 즉 연구는 100% 성공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연구개발 과정만큼은 투명하게 모니터링하고 성과를 높이기 위해 기존의 중간평가나 완료 평가 외에 감리를 통해 연구 성과를 높여야 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