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이야기들

꽃잎의 유서

창강_스테파노 2004. 10. 13. 00:05
 나는 우연히 정말 우연히 ‘하루비’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사이버를 통해 알게 되었고 그가 ‘맹목사‘라는 이상한 제목의 책을 쓴

여자 작가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이후 영등포 뒷골목 어딘가에서 함께 저녁을 하며 작가도 사람이란 걸 알았고

내 유년시절 한동네 어딘가에서 같이 살았던 누이를 보는 듯 스스럼이 없었다.

하지만 난 아직도 그녀의 이름을 모른다.

그건 내게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맹목사’라는 이름으로 발간된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꽃잎의 유서’로

재출간 될 때 운동권 냄새가 풍긴다고 넘겨짚었는데 그건 영락없었다.


엊그제 토, 일요일 날 ‘꽃잎의 유서’를 배낭에 넣고 산에 올랐다.

하지만 나에게 다가온 책의 볼륨은 솔직히 지레 겁을 먹게 만들었고

사랑 타령하는 3류 소설 정도로 치부한 나는 그것이 기우였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난 그 속에서 누군가를 미치도록 사랑하는

주인공 진희의 주도적인 삶을 발견하게 되었고 사랑하기 때문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애쓰는 효민이라는 청년을 발견하였다.


진실한 사랑이란 결국 상대를 배려함으로서 빛이 난다는 사실과

비록 권력의 하수인이었지만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정신과 의사 김재문의 이중적인 성격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지고지순한 사랑!

보수적이고 현실적인 나는 주인공 진희가 정신과 의사 재문과 결합하기를

바랐지만 어느 순간 그 순수한 사랑에 손을 들어주고 말았다.


[04.11.12 한전KDN 기술연구소장 이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