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짓이기고 앉아있는 동생
어머니가 밭에 가시고 오늘은 내가 동생들을 봐야 합니다.
그동안 밀린 방학 숙제가 마음을 바쁘게 합니다.
앉은뱅이 책상이라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칠 벗겨진 밥상을 마루에 놓고 공부를 하기 시작 했습니다.
오늘은 춘식이도 왔습니다.
춘식이는 마루에 엎드려 내가 쓰고 있는 노트를 아무 생각 없이 베끼고 있습니다.
꾀가 많고 놀이에서 지는 법이 없지만 공부할 때만큼은 나한테 기가 죽습니다.
오죽했으면 녀석을 선생님이 뻑센이라고 별명을 붙여 주셨을까요?
동생이 떨어지지 않도록 춘식이와 나는 툇마루 가장자리에 앉았습니다.
동생은 춘식이 공책을 엉덩이로 깔고 앉으며 오줌을 펄펄 싸고 맙니다.
그리고는 문턱으로 기어가 손에 잡히는 것은 무조건 입으로 들어갑니다.
심지어는 파리도 입에 넣기 일쑤입니다.
우리가 볼테기(1)를 벌려 빼내면 으앙 소리 내어 울다가도 혼자 고물고물 잘 놉니다.
측간 그늘에서는 백구가 혀를 쭉 빼물고 헉헉대며 늘어져 있습니다.
마당의 닭들도 뒤안(2)으로 몰려갔는지 조용합니다.
“우메! 냄시!”
토방에 무릎을 꿇고 마루를 책상삼아 숙제하던 춘식이가 코를 막으며 방정을 떱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동생이 똥을 싸서 깔고 앉아 있고 낯뿌닥(낯바닥)에는 뺑끼칠(3) 한 것처럼 노란 똥이 묻어 있습니다.
된(4) 똥이라 정말 냄새가 고약합니다.
“춘식아! 얼렁 가서 호박잎 따와!”
동생의 넙덕지(5)에는 똥이 짓이겨져 있습니다.
그래 놓고도 태연한 동생을 엎어놓고 걸레로 넙덕지를 닦았으나 누리끼리합니다.
호박잎으로 마루의 똥을 덮은 후 쓰윽 걷어내니 호박잎이 찢어져 손가락에 똥이 묻습니다.
“춘식아! 돼야지 청에 던져부러!”
한손으로 코를 막고 얼굴을 찡그리며 춘식이에게 호박잎에 쌓인 똥을 건네주자
못하겠다고 버팁니다.
“그럼 숙제 안 갈쳐 준다?!“
그 말에 춘식이는 나처럼 한손으로 코를 잡고는 돼지 마구간에 휙 던집니다.
돼지는 역시 돼지입니다.
육중한 몸을 힘겹게 일으키더니 덥석 맛있게 잘도 먹습니다.
난 마루 틈에 끼어 있는 똥을 치우려고 울타리에서 나뭇가지를 꺾어 왔습니다.
백구 녀석이 입맛을 다시고 있습니다.
아까 그걸 백구에게 줄 걸 잘못했나 싶어 조금 후회도 되었습니다.
1) 볼테기 : 볼따구니의 방언
2) 뒤안 : 뒤란. 뒤 마당
3) 뺑끼 : 페인트
4) 된 : 딱딱한
5) 넙덕지 : 엉덩이의 방언
** 인도나 인도네시아는 왼손으로 뒤를 닦고 깡통의 물에 손가락을 씻는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사막에서는 땀 묻은 손가락으로 모래를 묻혀 뒤를 닦기도 했다. 우리도 195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지푸라기를 비벼 쓰기도 하였고 거름부대 종이를 화장지로 사용하였다. 그 후 다 쓴 공책을 화장지로 사용하다가 70년대부터 휴지가 차츰 공급되기 시작하여 부유층만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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