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이야기들

똥개라는 이름


?  똥개구나?”

똥개 아니예요.”

! 그게 아니고 똥개 닮았다고..”

아저씨! 똥개 아니거든요!”

 

골목시장을 지나 과일가게 앞에서 만난 파피용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과일 가게는 노란 알 전구들이 갓 불을 밝히고 있었다.

소녀를 잡아 끌 듯 내려오는, 불빛 아래 비친 녀석은 똥개가 틀림 없었다.

반가워 말을 걸었다가 무참하게 무시당한 나는 멋 적어 어둠 속을 휘적휘적 걸어왔다.

 

그 소녀는 나와 아내가 가끔 만나는 똥개 주인 아주머니의 딸인 듯 싶은데 아닌가?’

그 아주머니는 똥개를 묶어 키우지 않고 놓아 기르고 있었다.

녀석은 수컷인데 아침 밥을 먹고는 하루 종일 쏘다니다가 저녁이 되면 용케도 집을 찾아 온단다.

아파트 5층을 사람이 올 때까지 엘리베이터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문이 열리면 같이 올라타고 사람들이 눌러주면 신기하게도 내린단다.

 

우리는 시츄를 키우고 있는데 우리 강아지는 유난히도 그 똥개를 좋아한다.

산책을 하다가 다른 강아지를 만나도 꽁무니 냄새를 킁킁 맡을 뿐 무관심한데

유독 똥개만 만나면 좋아라 꼬리를 치며 어쩔 줄 모른다.

그렇다고 암 수가 만나서 그런 것도 아니다.

우리 개는 이미 불임수술을 했기에 다른 수캐를 만나도 무관심하다.

강아지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취향이 있는 것 같다.

 

시츄가 우리 집에 분양되어 온지는 햇수로 12년이 넘었다.

오래 살다 보니 왼쪽 눈은 실명이 되어버렸건만 눈치가 빠르고 몇 마디 말도 알아 듣는다.

특히 산에 가자는 말은 귀신같이 알아듣고 벌써 현관 신발장에 내려서서 꼬리를 흔들기도 한다.

가끔 산길에서 낯선 강아지들을 만나도 대부분 킁킁 냄새를 맡아볼 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똥개에게는 예외다.

 

똥개는 예쁜 이름 다 놔두고 왜 똥개라고 이름을 지었는지 모른다.

똥개야!”

내가 멀리서 부르면 놔 먹여 키운 강아지답게 꼬리를 감아 넣고 제법 으르렁대기도 한다.

그런데 과일가게 앞에서 만난 그 파피용의 이름은 똥개가 아니었다.


'일상의 이야기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관악산에 눈이오면  (0) 2014.01.01
이상한 스카프  (0) 2013.10.27
황혼에 친구가 그리운 어머니  (0) 2013.07.31
나눔은 평화  (0) 2013.05.18
팥배나무 꽃 아래서  (0) 2013.05.18